생산능력 40배 상향, 추가 투자 불가피 '난색'…국내 배터리업계 "초안일 뿐 의견수렴 거쳐야"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인증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중국 진출을 바라보던 삼성SDI·LG화학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비상에 걸렸다

▶中, 생산능력 기준 대폭 강화

지난 22일,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수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연간 생산능력 관련 조건이 8GWh(기가와트시)로 대폭 상향돼 눈길을 끌었다. 기존 0.2GWh에서 무려 40배나 높아진 수치다. 이와 함께 니켈수소전지는 10MWh(메가와트시)에서 100MWh로 10배 상향됐다.

또 최근 2년간 공장 내 안전사고 전례가 한 번도 없어야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초안에 대해 각 업체들로부터 한 달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가질 계획이다. 이후 마련된 수정안은 내년 초부터 시행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자국 기업 중에서도 이번 기준을 만족하는 곳이 친환경자동차 기업 'BYD'과 'CATL' 두 곳 뿐이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중국내 기업 중심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이며, 내년 한국 기업들의 매출 확대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4차례의 모범규준 인증 심사를 통해 56개사가 통과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배제된 상태”라며 “이번 규제 강화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업체 난립을 막고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5차 인증만 기다리던 韓 업체들, 이를 어쩌나

5차 인증만을 기다려오던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사실상 중국에서 내세운 기준은 당장 국내 업체들이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것.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견과 함께, 사실상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봉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정부의 4차 전기차 배터리 인증에서 탈락하며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삼성SDI와 LG화학은 “탈락 요인들을 보완했고, 5차 인증 관련 공시만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연내 추가 인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중국이 내세운 연간 생산 능력 8GWh는 60kWH급 고성능 순수전기차(EV)를 기준으로 연간 13만 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반면, 현재 삼성SDI의 경우 시안 공장에서 연간 3만 대, LG화학은 난징 공장에서 연간 5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를 맞추려면 중국 현지에 공장을 늘려야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적어도 2~3년은 공장 증설에 시간을 써야한다는 업계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아직 중국 현지 공장 설비를 갖추고 있진 않다. 연내 공장 착공을 목표하고 있던 SK이노베이션은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상황 속에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관련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전에도 가이드라인 공지 후 의견수렴을 했던 사례가 있어, 아직 규제가 확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기준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이는 중국업체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상당히 높은 기준이지만, 아직 초안인 만큼 향후 의견수렴 단계에서 바뀔수도 있을 것 같다”며 “현재 기준으로 확정됐을 때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장증설밖에 없는데, 이 경우 시설 마련에만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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