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창립 50주년’, ‘향토은행’, ‘회장과 행장 겸직 체재’, ‘CEO 비리 의혹’ 올해 이 네 가지 키워드에 부합하는 지방금융지주가 공교롭게도 두 곳이다.

바로 DG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다.

DGB금융의 핵심 자회사인 대구은행과 BNK금융의 핵심 자회사인 부산은행은 올해 나란히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여기에 최근 CEO가 연루된 횡령 및 비리 의혹까지 도마에 오르며 묘하게 악재도 겹쳤다.

올해 초만 해도 반 백 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자랑하며 지역은행을 넘어 글로벌은행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청사진을 펼쳤으나 두 업체 모두 오너 비리로 얼룩져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5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고 현금화하는 방식의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챙겨 사적인 유용해 최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데다 금융지주와 은행 수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그의 비리 의혹과 그로 수반되는 경영 공백은 회사에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앞서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도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영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재판으로 공백이 길어지자 자의 반 타의 반 성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현재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은 각각 새로운 수장을 찾고 있다.

엘씨티 비리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기존의 제왕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따라 회장과 행장의 분리를 통해 권력 집중을 막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견제시스템이 발휘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린 것이다.

두 업체 외에 지방 3대 금융지주사로 불리는 JB금융도 최근 지주 회장과 광주은행장 자리를 분리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다. 기존 김한 회장은 지주사업에 전념하고 겸직하고 있는 광주은행장 자리를 송종욱 광주은행 수석부행장으로 내정했다. 이 과정에서 별 다른 내홍은 없었다.

이처럼 금융권에 회장과 행장의 분리 바람 확산으로 은행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DGB금융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DGB금융은 박 회장의 거취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회장과 행장의 분리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만 밝힐 뿐 뚜렷한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표현은 이번 만큼은 일면 DGB금융에게도 어울리는 말이 됐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관행이 지주 전체의 위험을 크게 만들었다.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구조가 없다 보니 비리가 생겨나고, 한 사람의 부재 만으로 두 조직이 흔들린다. 

때문에 금융지주는 권력을 분산해서 비리에 대해 서로 감시할 수 있고, 유사 시 콘트롤타워가 돼 위기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회장·은행장 분리는 금융지주에 있어 위험에 대한 헤지와 같다.

잇따른 지방금융지주 비리 의혹에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필요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및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박 회장의 횡령 등 비리 의혹 파문으로 조직안정과 경영전략의 통일성이라는 겸직에 대한 명분도 사라진 마당에 더 이상 DGB금융은 결단을 미루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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