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부식' 문제, 안전기준 위반사항 아닌 관계로 시정조치 명령조차 못내려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일본 차량들의 녹 발생 후폭풍이 거세다. 혼다코리아(대표 정우영, 이하 혼다)에서 시작된 녹‧부식 이슈가 한국토요타자동차(대표 요시다 아키히사, 이하 토요타)로 옮겨갔지만 토요타 측의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혼다에서 판매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과 ‘어코드’모델에서 녹이 발생한 것을 발견한 한 동호회원들이 제보하면서 일본차량들의 녹 발생 이슈가 화재가 됐다.

‘CR-V’와 ‘어코드’는 혼다의 주력 모델로 혼다코리아는 매출의 60%를 해당 모델을 통해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YMCA자동차안전센터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차량 내부 녹‧부식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차량 판매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들은 "차량의 하자를 알고도 은폐하면서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판매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지난 5일 혼다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제는 혼다뿐만 아니라 국내 일본차 브랜드 중 판매량 1위인 토요타의 ‘캠리’ 역시 논란이 제기된 점이다.

보배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혼다 차량의 녹 사태가 논란이 된 시점부터 토요타의 ‘캠리’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빗발쳤다. 한 소비자는 구입한지 2일된 캠리의 엔진룸 내부에서 녹을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YMCA자동차안전센터 관계자는 “토요타에 대한 제보도 상당수 접수돼있으며,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향후 토요타에서도 혼다와 비슷한 혐의점이 발견되면 고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토요타 '캠리' 엔진룸 내부에서 발견된 '녹'(출처=인터넷 커뮤니티)

▶토요타도 ‘녹‧부식 현상’…“사전에 파악했지만 해당 내용 숨겼나”

일각에선 토요타가 사전에 자사 차량의 부식을 미리 파악했음에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앞서 혼다가 고발까지 당한 이유 중 하나는 사전에 녹이나 부식이 발생한 차량임을 인지했음에도 차량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는데 있다.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한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은 이슈가 발생하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비해 자사 차량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그는 “완성차 업체들이 각각 다른 업체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낮지만, 이슈가 발생하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다”고 말했다.

토요타 측이 혼다에서 이슈가 발생하자 자사 모델들의 모니터링을 실시했을 것이며, 논란이 된 시점 혹은 그 이전에 녹‧부식 등이 발생한 사실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전에 관련 사실을 파악했었냐는 질문에 토요타 관계자는 “차량을 서비스센터로 옮기기 전 수입된 차량들의 방청작업과 클리닝작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해 죄송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그는 “수입 과정에서 해수나 해풍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부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해당 모델의 소유주에게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수리를 받을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늦어지는 조치…“녹‧부식 문제 밝힐 의무 없어”

하지만 교통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동차리콜센터’에는 토요타 ‘캠리’의 녹 발생 문제로 이미 1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며, 지금도 꾸준히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많은 토요타 '캠리' 소유주들이 녹 발생을 신고했다(출처=자동차리콜센터)

토요타가 차량 소유주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조치가 늦어지는 이유는 뭘까.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논란인 녹‧부식 문제는 안전기준 위반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에서는 차량 안전운행에 영향을 주는 '안전기준 위반사항' 수준의 문제점을 발견할 경우 정부에 보고를 해야 한다. 이후 업체가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거나, 정부가 업체 측에 시정조치(리콜)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이번 녹‧부식 문제의 경우 안전기준 위반사항이 아닌 관계로 완성차 업체는 정부에 보고할 필요도 없고, 시정하겠다고 먼저 나설 필요도 없다. 정부 역시 논란이 되고 신고가 들어와도 개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녹‧부식 등이 안전운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조사결과가 없다. 이는 위반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라며 “위반사항이 아닌 관계로 토요타에 시정하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혼다 논란으로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녹‧부식이 안전운행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 위반사항일 경우 녹‧부식 등에도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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