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뒤통수 맞았다" 비난 봇물…대규모 유상증자 필요 유무 및 중국 투자 결정 의문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가 얼마 전 창업주인 서영필 회장의 손을 떠나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됐다.

서영필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에이블씨엔씨에 남게 됐다.

회사 측은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최대주주로 맞으며 내부적으로 거는 기대가 크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둘러싸고 각종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수상한 유상증자 논란에 휩싸이면서 부터다.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여론의 싸늘함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6일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을 목적으로 1,5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의 40%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다.

신주 예정발행가는 이날 종가 대비 8.89% 낮은 1만8,450원으로 결정됐다.

▲ 9월 22일 기준 현재 주가(출처=네이버 금융).

증자 발표 이후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전날 대비 12% 가량 급락했다. 이후 22일 현재까지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과 여론은 에이블씨엔씨의 유상증자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던졌다.

순현금자산이 1,116억 원으로 시가총액의 40%에 달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증권가에서도 의문을 표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와 관련해 “에이블씨엔씨가 지난해 말 기준 1,1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또한 자금조달 목적도 시설자금 661억 원이라고 명시한 것 외에는 모호했다. 자금 사용 출처가 불문명한 것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주주들은 명확한 목적이명시되지 않은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며 들고 일어났다. 표면적으로는 사드 여파로 인한 타격으로 인한 불가피한 묘책으로 포장했지만 속내는 회사 뱃속을 채우려는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신주 할인율이 이례적으로 낮다는 점도 한몫 했다. 할인율을 낮게 잡아 유상증자의 매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청약 미달 사태를 유도, 기존 주주들이 청약을 하지 않도록 꼼수를 부렸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투자자는 “더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에서 지분 긁어모으려 수 쓰는 것 아니냐”면서 “유증 발표하고도 주주설명회 한번 개최하지도 않고 있고, 투자 계획으로 이익이 발생하면 어떻게 재배분하겠다는 주주만족방안도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5월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 실패 후 지분을 추가로 모아 자진 상장폐지를 계획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의문과 불만이 폭주하자 에이블씨엔씨는 유증 공시 발표가 있은 지 4일 만에 자금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는 차갑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유상증자 반대 서명 운동의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법무법인 넥서스는 머스트자산운용을 대리해 유상증자 목적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주주와 같이 여러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질의서에 따르면 주주들은 “이미 5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한 대주주가 또 다른 목적이 있지 않으면 더 이상 지분을 늘리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상장폐지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지난주 월요일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면서 유상증자 금액과 유보금을 2,200억 원을 향후 2년간 어떻게 투자할지 아주 자세히 설명한 자료를 제출했고 증권가는 자료를 제출하기 이전에 사용처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리포트를 냈다”며 “법무법인 넥서스의 공개 질의서를 공식 접수했고 그에 대한 답변을 현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도 '우려'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유상증가를 통해 확보한 자금 등으로 2년 내에 중국 등에 2,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가운데 1,009억 원은 시설자금으로, 300억 원은 중국 1성급 도시 내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 개설 등에 사용될 예정이며 운영자금 투자액만 780억 원에 이른다.

 

중국 투자에 대해 관련업계와 시장은 의문을 던졌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K뷰티뿐 아니라 유통 등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고 추가적인 사드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수천억 원을 쏟아 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9%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러한 상황에 에이블씨엔씨가 한중간의 갈등을 뚫고 투자에 대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물음표를 던지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조차 중국의 사드배치에 못이겨 영업이익 등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에이블씨엔씨가 사드를 뚫고 투자에 대한 결실을 맺을지 물음표를 던지는 의견이 많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시장은 세계 시장규모로 따져 봤을 때 2위 규모로 화장품 대국”이라고 설명하고 “중국에서의 한국 화장품 시장점유율은 5%도 채 안되기 때문에 아직도 개철해야할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경색 돼 있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 그 시장의 가능성을 두고도 진입하지 않은 것은 맞지 않다”면서 “기회라고 생각하고 2년간의 투자를 통해 투자 보다 더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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