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주행 중 시동 꺼질 수 있어"…국내 자동차업계 영향은 '미미'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일본 3대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파문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의 일부 차량과 대한항공이 운항 중인 여객기에도 문제의 제품이 쓰인 것으로 나타나 국내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베제강, 품질 조작 논란 일파만파

일본의 철강 업체인 ‘고베제강’은 지난 8일에는 알루미늄 제품, 11일에는 철강 제품의 데이터 조작을 시인했다.

데이터 조작이 논란이 된 직후인 지난 12일 고베제강의 회장 겸 사장인 ‘가와사키 히로야’가 더 이상의 조작은 없다고 밝혔지만, 다음 날인 13일 다른 제품들의 데이터 역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 강국으로 이름난 일본의 대표적인 철강업체가 기준 미달 제품의 데이터를 조작해 정상 제품인 것처럼 납품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고베제강은 일본 내에서 알루미늄 2위, 철강 3위의 기업으로 전세계 약 200여개 기업이 고베제강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Chicago Tribune)

▶국내외 자동차‧항공 산업 '불똥'?

고베제강에서 생산된 철강의 경우 차량 엔진 등 핵심부품에 사용되며, 알루미늄은 차체나 항공기 동체 부품을 제작하는데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대한항공,’ 일본의 ‘도요타’, ‘혼다’, 미국의 ‘포드’, ‘GM’, ‘테슬라’, ‘보잉’ 등 완성차업체와 항공기 제작 업체가 고베제강의 주요 고객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베제강은 자동차엔진에 사용되는 밸브 스프링용 선재(線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즉, 전 세계 차량 2대 중 1대에는 고베제강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만들어진 밸브스프링이 들어있는 셈이다.

밸브 스프링이란 ‘캠의 회전에 의해 흡배기 밸브를 닫히게 하고, 동시에 닫힌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며, 선재는 제품(나사, 못 등)으로 가공되기 전의 철을 의미한다.

문제는 고베제강의 제품을 사용해 만들어진 상품의 결함 여부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국내기업의 경우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아이오닉’과 ‘니로’에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판재 일부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엔진룸 후드 안쪽에 보완재로 사용됐다”며 “차량 구조 등 안전에 문제가 되는 부분과는 관련 없지만 현재 정확한 상황 진단 차원에서 정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고베제강 제품을 납품받아 항공기 동체 부품을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질 재료를 사용해 항공기 부품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보잉에 납품된 항공기 제작에 사용되는 중간재로 국한되며, 구체적인 부품이나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의 경우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완성차업체인 ‘토요타’와 ‘혼다’에서 제작한 차량들의 후드와 도어에 고베제강에서 생산한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돼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포드’ 역시 결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몬데오 자동차 후드에 해당 알루미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산업의 경우 미국의 항공기 제작 업체인 ‘보잉’은 자사 중형 여객기인 ‘보잉787’의 날개부분에 고베제강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보잉787’의 경우 전 세계 70여 곳의 항공사에서 1,300여 대 가량 사용 중인 기체다.

이에 보잉코리아 관계자는 “보잉사는 공급업체들과 긴밀하게 일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고베제강 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안전에 있어서 우려할 만한 사안은 발견이 안됐다”고 해명했다.

고베제강 파문이 발생하고 제품을 납품받은 모든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파악된 것이 많지 않은 셈이다.

▲ 보잉787(출처=Boeing)

▶자동차 엔진‧항공기 날개에 사용된 저질 제품…“안전에 영향 끼칠 수 있어”

자동차 엔진과 항공기 날개부위에 고베제강의 제품이 쓰인 사실이 밝혀지자, 일각에선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한 일부 제품들이 인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과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 엔진에서 이 부품(밸브 스프링)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불완전 연소’나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스프링의 인장 강도가 약해져 부품자체가 파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해당 제품이 차량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 경우 직·간접적으로 운전자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김 교수는 “국내 완성차업체는 국내 철강업체에서 생산한 재료로 해당 부품을 만든다”며 “수입차의 경우 2대 중 1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국산차는 해당 부품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고베제강이 생산한 제품이 항공기 자체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잉에서 따로 연락이 없는 것이 그에 대한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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