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대비 미약한 브랜드 파워…제네시스 브랜드 라인업 강화 및 자체 판로 구축해야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현대자동차(대표 이원희, 이하 현대차)가 자사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에서 중형 세단인 ‘G70’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 내 디자인센터에서 제네시스 G70 공식 출시 행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세단 라인업의 마지막 주자인 중형 럭셔리 세단 ‘G70’을 20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뛰어난 성능과 아름다운 디자인의 G70은 앞으로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 ‘스팅어’,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등과 국내외에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뛰어난 가성비…연비·크기 아쉬워

지난 15일 공식 출시 행사에서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담당 부회장은 “역량을 총동원한 만큼 성능, 안전, 편의, 디자인 등 어느 면에서도 따라올 차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제네시스 'G70'(출처=현대자동차)

실제로 G70의 가격대비 성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G70은 ▲2.0 가솔린 터보 ▲2.2 디젤 ▲3.3 가솔린 터보 등 세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먼저 2.0 가솔린 터보 모델의 제원은 배기량 1,998cc, 최고출력 252마력(ps, 스포츠패키지는 255마력), 최대토크 36.0kg·m이다. 

▲ 제네시스 G70 2.0 가솔린 터보 엔진 제원 비교

제원 상 경쟁차량인 ‘벤츠 C200 가솔린’(1,991cc/184ps/30.6kg.m)와 ‘BMW 320i’(1,998cc/184ps/27.6kg·m)보다 뛰어난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팅어(1,998cc/255ps/36.0kg·m)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어 2.2 디젤 모델의 제원은 배기량 2,199cc,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 제네시스 G70 2.2 디젤 엔진 제원 비교

스팅어와 제원상 성능은 같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벤츠 C220d’(2,143cc/170ps/40.8kg·m)와 ‘BMW 320d’(1,995cc/190ps/40.8kg·m)보다는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G70 스포츠’라고 불리는 G70의 최상위 트림인 3.3 가솔린 터보 모델의 경우 배기량 3,342cc,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f•m의 강한 심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 제네시스 G70 3.3 가솔린 터보 엔진 제원 비교

특히, 제로백 시간이 4.7초에 불과해 국산차량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G70 이전 가장 짧은 제로백 시간을 달성한 기아차 ‘스팅어’(3.3 가솔린 기준 3,342cc/365ps/52kg·m)의 4.9초보다도 빠른 수치이다.

반면, 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의 최상위 트림인 ‘C250d 4MATIC’(2,143cc/204ps/51kg·m)과 ‘330i M’(1,998cc/252ps/35.7kg·m)은 각각 제로백이 6.9초, 5.8초 수준으로 G70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 역시 경쟁차량에 비해 저렴한 편으로 나타났다. 

▲ 좌측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G70', '스팅어',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G70의 가격은 ▲2.0 가솔린 터보(3,750~4,525만 원) ▲2.2 디젤(4,080~4,575만 원) ▲3.3 가솔린 터보(4,490~5,410만 원)으로 알려졌다.

벤츠 C클래스의 경우 ▲C200(4,970~5,570만 원) ▲C200d(4,970만 원) ▲C220d(5,750~6,060만 원) ▲C250d 4MATIC(6,420만 원)이다.

BMW 3시리즈는 ▲320d ED(4,740만 원) ▲320i(4,970~5,150만 원) ▲320d(5,150~5,600만 원) ▲330i(5,540~5,590만 원) ▲320d xDrive(5,150만 원)으로 두 브랜드 모두 G70에 비해 최저가가 1,000만 원 가량 높았다.

기아차의 스팅어는 ▲2.0 가솔린 터보(3,500~4,030만 원) ▲2.2 디젤(3,720~4,280만 원) ▲3.3 가솔린 터보(4,460~5,110만 원)으로 G70에 비해 300만 원 가량 저렴했다.

반면 연비는 G70이 벤츠나 BMW에 비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제네시스 G70 연비 비교

G70은 ▲2.0 가솔린 터보(9.5~10.7km/ℓ) ▲2.2 디젤(13.6~15.2km/ℓ) ▲3.3 가솔린 터보(8.6~9.0km/ℓ)으로 8.6~ 15.2km/ℓ의 연비를 보였다.

이는 스팅어의 연비(8.4~14.8km/ℓ)보다 약간 높은 수치지만, 벤츠(12.1~15.5km/ℓ)나 BMW(11.2~15.1km/ℓ)와 비교했을 때는 낮은 수치이다.

G70의 치수는 ▲전장 4,685mm ▲전폭 1,850mm ▲전고 1,400mm ▲축거 2,835mm이다. 아반떼보다 크고 쏘나타보다는 작은 크기다.

▲ 제네시스 G70 치수 비교

물론, 경쟁상대인 벤츠 C클래스(4,700mm/1,810mm/1,445mm/2,840mm)와 BMW 3시리즈(4,633mm/1,811mm/1,429mm/2,810mm)와 비교하면 G70이 약간 더 크거나 비슷한 정도지만,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 기아차 스팅어는 ▲전장 4,831mm ▲전폭 1,870mm ▲전고 1,400mm ▲축거 2,906mm으로 G70보다 훨씬 크다.

아직 ‘비싼 차일수록 크다’는 관념이 남아있는 우리네 사회에서 G70의 콤팩트한 사이즈는 오히려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 15일 G70을 목표 판매량을 연간 1만5,000대로 잡았다. 한 체급 위의 G80이 이미 누적판매량 2만 대를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G70의 목표판매량은 검소한 수준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를 두고 법인차량 수요가 적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제네시스를 법인차량으로 탈 정도의 임원들이라면 차량을 통해 이동할 일이 잦은데, 아반떼와 쏘나타 사이 체급인 G70을 이용하기엔 다소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법인수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해 1만5,000대로 잡았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며 “새로운 차급에서의 도전이고, 럭셔리브랜드인 만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 목표판매량을 세운 것이다”라고 밝혔다.

▶“제네시스? 글쎄~”…경쟁사 대비 약한 브랜드 인지도는 약점

대체로 만족할만한 가격과 성능을 갖춘 G70이지만 일각에선 벤츠나 BMW에 비해 떨어지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인지도가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한다.

지난 2015년 11월에 출범해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은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번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G70 출시와 함께 유럽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업계 안팎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유럽시장에 등장하지 못했다.

 

반면 기아차는 독일에서 G70과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한 스팅어의 유럽시장 공식 출시를 알리고 판매를 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G70을 통해 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하겠다고 밝힌 제네시스 브랜드는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관계자는 “현대차의 판매망을 활용하는 제네시스가 ‘저가차’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도, 자체 판매망을 구축해야하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미흡한 만큼 현대차 수뇌부에서 유럽진출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시장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아서 신규 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현대‧기아차가 싸고 타기 좋은 차라는 서민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유럽시장에서도 통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제네시스보다 먼저 진출한 토요타의 ‘렉서스’나 GM의 ‘캐딜락’ 역시 유럽시장 내에서는 준(遵)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된다”며 “출범한지 2년이 채 안된 제네시스 브랜드는 아직 프리미엄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에서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등 일반 차량과 차이점이 없으면 다시는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 프리미엄 자동차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아직 제네시스 라인업도 부족한 상태고, 유럽시장에 럭셔리브랜드가 많다보니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건 사실이다”며 “SUV출시 등 라인업을 강화하고 미국과 중동시장에서 반응을 본 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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