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KB국민은행장 취임식 및 기자간담회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 서 본적이 별로 없어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취임식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처음으로 갖는 공식 행사에 다소 긴장한 듯 보였던 허인 신임 행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긴장을 풀고 담담하고 차분하게 앞으로 KB국민은행장으로서 계획한 자신의 역할과 KB국민은행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 허인 KB국민은행장

허인 행장은 “지난 몇 년간 다른 은행들도 물론 열심히 노력했지만 우리 KB금융 임원 및 직원들이 많은 애를 썼다”며 “그 결과로 이제는 어느 정도 과거 위상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이어 “고객중심의 은행, 직원 중심의 조직문화, 디지털 혁신 선도,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KB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Q. 은행권에서 핀테크 등 IT분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다. 은행장이 생각하기에 국민은행의 IT분야 강점은 무엇인가? 또한 어떤 방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허인 은행장) 사실 IT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다. 과거 IT통합 구축 시스템 팀장 및 책임자를 해봤지만 그런 부분은 실제 IT보다는 업무적인 성격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은행장으로서 IT분야를 더욱 중요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공부하려 한다.

가장 많은 고객 수, 가장 많은 거래량을 한치의 오차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안정적인 IT 시스템은 운영은 KB금융의 가장 큰 강점이다. 앞으로 이러한 강점을 더욱 확고히 해 고객들에게 조금의 불편함도 없도록 하는 게 목표다.

다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최근의 IT 트렌드는 더욱 유연함이 필요하다.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세밀하고 다양한 욕구들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연한 IT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강점을 지키면서도 이러한 부분을 더욱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Q. 본인의 임기 내에 반드시 혁신을 이루겠다는 분야가 있는지?

(허인 은행장) 경영자가 자기 임기 내에 무언가 이루겠다는 생각은 조직에 굉장히 큰 무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간을 정해놓다 보니 전시적이고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요즘에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나는 그저 그중에 한 부분을 맡아서 KB국민은행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후임에 잘 넘겨주려 한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

다만 과거보다 더욱 고객들을 중심으로 두고 행동하는 KB를 만들겠다는 것이 나의 임기동안 경영 철학이다.

Q. 장기 공석 상태인 상임감사 선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나 일정이 정해졌는지?

(허인 은행장) 상임감사 자리가 굉장히 오랫동안 공석이라 여러 걱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상임감사가 없다고 해서 내부통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부통제가 더욱 효율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임감사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갖고있다.

특히 내부통제에 실패하면 굉장히 큰 데미지가 입게 된다. 내부통제는 굉장히 중요하고 상시적으로 조직 내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상임감사 자리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노력하겠다.

▲ 허인 KB국민은행장 기자간담회

Q. 오늘 취임사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하반기 많은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인력효율화를 위해 연말 희망퇴직 단행할 계획인지?

(허인 은행장) 지금 현재로서는 비용을 줄여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지속적으로 추구할 생각이 없다. 물론 비용 효율화는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무조건 감축으로만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진정으로 고객이 중심이 되는 은행을 추구함으로써 역량을 강화해 수익성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

앞으로 우리가 더욱 더 매진하려는 부분에 인력들이 여전히 많이 필요로 한다. 현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목표하는 것을 위해 신입직원들을 더욱 뽑으려 하는 것이다.

희망퇴직은 임금피크에 도달한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해당 직원들이 은행에 남아서 계속 일을 하겠다고 하면 그에 맞는 시스템으로 대우를 하며, 만약 새출발을 하겠다면 도움을 주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런 부분에 한해 희망퇴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규모의 희망퇴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Q. 그동안 임원 인사에서 지주와 은행 겸직 체제가 활성화 돼 있었는데, 향후 인사권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 생각인지?

(허인 은행장) 내가 지금 행장으로 선임됐다 해서 새로운 인사를 앞당기는 것은 은행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11월, 12월달에 조직을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예년과 같이 12월 말에 할 예정이며 그런 차원에서 지주의 계열사 대표를 포함한 임원 인사와 은행 인사는 그때 같이 맞물려 단행될 것이다.

은행인사는 내가 한다. 다만 지주의 대표자 인사가 걸려있는 부분은 윤 회장과 충분히 협의를 거칠 계획이다.

▲ 고객들에게 인사

Q. 12월말 정기인사를 한다고 했는데, 현재 여성임원 비중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번 인사 때 여성인력 활용 방안과 비율 구성을 알고 싶다.

(허인 은행장) 여성인력 활용과 관련해서는 국민은행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전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상황이다. 당연히 은행에서도 노력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행의 여성인력은 50%를 육박한다. 그에 비하면 중견 간부직이나 임원 비중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과거 윤종규 회장 시절부터 해당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하루 아침에 개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혹시 여성의 가정과 일 양립에 방해되는 내부적 제도나 관행이 있다면 과감하게 뜯어고치기 위해 한 번 더 들여다 볼 생각이다. 다만 여성직원 개인적으로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은행 업무 직군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반면에 여성들은 특정 영역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여성직원들 스스로 도전의식을 높여 같이 노력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Q. ‘디지털뱅크’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핵심전략이자 미래성장동력이라고 밝혔다. 비용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비용 효율을 추구한다고는 했지만 디지털 뱅크 성공을 위해서는 지점이나 인력 운용에 장기적 변화는 필요하지 않나? 방향성을 말해달라.

(허인 은행장) 가장 큰 고민인 영역임에 틀림없다.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금융업들이 디지털 혹은 핀테크로 대변되는, 고객과 은행이 만는 형태의 변화와 경험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여러 기관들의 조사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종합해봤을 때 한쪽이 한쪽을 완전히 대체하는 형식이 아닌 서로 상호보완되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영역들에 대해서 조금 더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에 지점 단위로 움직였던 것을 지점 몇 개가 모인 형태인 파트너쉽 그룹(PG) 형태로 바꿔 유연하고 인력의 효율성을 갖출 수 있는 조직과 체계를 갖췄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충격이 급격하게 오지 않도록 준비를 해 왔다.

2018년이면 3년 차에 접어들어 운영이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게 된다. 그 부분이 제대로 작동되면서 내년부터 붕어빵같던 기존 지점들이 PG중심으로 서로 전략적 역할로 고객과 다양한 접점을 찾을 것을 보인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능력에 따라 역할분담과 배치되는 지점이 달라지는 변화는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느 특정한 타깃을 가지고 현재 채널수와 인원를 인위적으로 크게 조정하진 않을 것이다.

Q. 해외사업 현재 상황과 미래 전략의 방향은?

(허인 은행장) 해외사업 분야는 KB가 앞서가고 있는 회사를 따라가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나,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의욕만 앞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꾸준히 노력하겠다.

어느 날 한방에 갑자기 글로벌 강자가 될 수 있는 형태의 전략은 할 수 있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IB 위주로, 동남아 시장 등에서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등 맞춤형 전략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지주내 카드, 캐피탈 등 계열사와 꾸준히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큰 틀은 지주의 전략과 방향을 맞춰 가겠다.

▲ 노조위원장과의 만남

Q. 노조와의 관계 개선 해법은?

(허인 은행장) 굉장히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결국 왕도는 없다. 노조와 목표는 같으나 생각이나 방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분명히 노조도 삶의 터전이 잘 되기를 원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그 안에 속하면서 조직에 자부심을 갖고 싶어하는, 그런 직원들의 뜻을 모아 역할을 하는 단체이다.

중간에 서로 다른 부분들을 어떻게 진정성 있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겸허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국민은행 일본 동경지점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는 개선되고 올해는 줄어드는 등 여전히 많이 불안정하다. 개선 방안은?

(허인 은행장) 모두 알다시피 2013년 동경지점에서 금융기관으로써 있어서는 안 될 수치스러운 일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동산 등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쏠림이 있었고, 그 와중에 부실이 발생했고, 일부 직원과 고객간의 부도덕한 일도 있었던 것이 큰 줄기다.

최근 일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꽤 이익이 늘어나 보였던 것일 뿐 영업을 잘하고 못해서 일어난 변화는 아니다.

▲ 윤종규 회장과 함께

Q. 윤종규 회장이 겸임할 때랑 달라지는 점은?

(허인 은행장) 윤 회장이 은행장과 회장을 겸임하면서 지난 3년간 잘 이끌어왔다. 윤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당시 은행이 내외적으로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우리로서는 떠올리기 싫은 가슴 아픈 역사다.

당시 전직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회사를 다시 반석에 올리기 위해 불협화음을 없애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고 그런 공감대를 통해 윤 회장이 겸임체재를 했던 시기다. 다른 은행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전 임직원들이 뭉쳐서 아팠던 상처를 많이 회복했다.

그런 차원에서 2017년 현재와 2014년 과거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물려받는 입장에서는 워낙 윤 회장이 좋은 성과를 낸 뒤라 어깨가 무겁다. 과거에 해왔던 것을 일관성, 지속성 있게 노력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야겠다고 생각이다.

Q. 지주와 은행의 향후 시너지 방향은?

(허인 은행장) 나의 생각을 윤 회장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고 반대로 윤 회장의 생각도 내가 읽을 수 있는 사전적 공감이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중에 ‘나의 생각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면 협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전 협의를 통한 일관성도 확보해야 하지만 은행 나름의 독립성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실적 좋아지면서 예대마진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데…

(허인 은행장)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상황을 분석한 것일뿐 10년 이상으로 보면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더 긴 시간과 호흡을 가지고 추이를 분석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회사와 비교도 해봐주길 바란다.

물론 국민과 고객들을 생각하는 사명감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로 사회와 소통하고 사회가 발전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 나름의 역할을 찾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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