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한국지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올 한 해 유독 다사다난했던 한국지엠은 지난 9월 굳건했던 내수 판매 3위 자리를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내주기도 했다. 지난달 3위 자리를 다시 탈환했지만 4위 쌍용차와의 격차는 불과 258대로 위태로운 상황은 매한가지이다.

특히 '철수설', '단종설'이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제기되고 있다. 어떤 소비자도 철수할지도 모르는 브랜드의 단종이 될지도 모르는 모델을 구매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에 한국지엠은 할인 행사를 예년보다 한 달이나 앞당겨 진행하면서 칼을 갈고 있지만 과연 산적한 의혹들을 모두 해소하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불거지는 ‘철수설’ 대책은?

한국지엠 관계자는 “매년 철수설은 존재해왔지만, 결국 꾸준히 신차를 출시하지 않느냐”며 “한국지엠의 한국시장 철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철수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꽤나 설득력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한국지엠의 실적 부진이다.

한국지엠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누적금액은 2조 원에 달한다. 이미 자본잠식(과도한 적자로 이익잉여금, 납입자본금이 잠식된 상황) 상태이며, 올해 적자만해도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화되는 실적부진은 지난해 부임한 메리 바라 글로벌지엠 회장의 경영 방침과 맞물리며 ‘철수설’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메리 바라 회장은 최근 부진한 해외 시장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지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유럽‧인도‧호주 등에서 공장 및 법인을 철수했다.

수년간의 적자와 누적 손실은 한국지엠이 글로벌지엠의 타깃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인 것.

더불어 지난 9월 한국지엠 대표로 부임한 카허 카젬 대표는 인도 법인 철수를 지휘한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 참석한 카허 카젬 대표는 철수에 대한 질문에 형식적인 대답만 반복하면서 ‘철수설’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또한 절차 상의 측면에서도 ‘철수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02년 글로벌지엠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은 그 마지막해이다.

또한 한국지엠의 2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2010년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을 보유하면서 글로벌지엠이 한국지엠의 자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거부권은 지난달 16일 만료됐다.

▲ (출처=한국지엠)

▶"상품성 떨어져" 혹평…'단종설'까지

‘철수설’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실적 부진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상품성과 직결돼 있다.

한국지엠이 지난 3월에 선보인 ‘올 뉴 크루즈(이하 크루즈)’는 동급 경쟁 모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품성으로 혹평을 들었다.

크루즈는 현대자동차 ‘아반떼’, 기아자동차 ‘K3’에 비해 출시 가격은 200만 원가량 비싸면서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옵션은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크루즈는 출시 후 8개월 동안 8,434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른바 ‘신차 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기간 아반떼가 4만 대를 넘는 판매 실적을 거둔 것을 보면 확실히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국지엠은 12월 31일부로 ‘캡티바’와 ‘올란도’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면서 ‘단종설’이 더욱 불거졌다. 지난달 캡티바와 올란도는 각각 141대, 437대를 판매하며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크루즈는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을 낮춰 1,000대 이상 판매량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란도와 캡티바는 재고 조절 차원일 뿐 단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사 갈등’ 장기화…문제는 '물량'

일부 모델의 생산 중단은 노사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캡티바,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올란도가 올해를 끝으로 생산 중단에 들어가고 한국지엠이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던 스파크와 트랙스 물량을 유럽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지엠 근로자들은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은 상황.

여기에 업계에서는 향후 캡티바·올란도가 단종되고 미국에서 전량 생산되는 에퀴녹스, 트래버스를 국내 출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근로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지부(이하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현재 임금 협상보다 물량 감소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며 “교섭을 최대한 빨리 재개하는 한편 사측에 제대로 된 발전 전망을 제시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에 임금 협상과 함께 수출과 신차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미래발전전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래발전방안 등 거시적인 현안도 있지만 임금협상 등 당장 당면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미래발전방안은 추후 별도의 노사협의기구를 설립해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