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보험사들의 시름이 깊다.

그 중에서도 롯데손해보험은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향후 추가 자본확충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속수무책으로 나빠지고 있는 재무건전성으로 인해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김현수 사장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소보험사 재무건전성 개선 ‘난제’

회계상 부채 평가를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오는 2021년 도입 예정되면서 보험사들은 저마다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근접하거나 못 미치는 수준인 몇몇 중소보험사의 경우 당장 발등에 떨어진 자본확충 문제에 속이 까맣게 타고 있다.

현재 상황이 가장 절박한 KDB생명과 MG손해보험은 각각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유상증자 결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녹록치않다.

이달 초 KDB생명은 이미 5,000억 원 규모 증자 요청에 했다가 더욱 고강도 자구안을 강구해 오라는 지적과 함께 퇴짜를 맞았다. 벌써 수개월째 결정이 유보되고 있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MG손보 유상증자 논의는 해를 넘겨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유상증자 계획이 없는 롯데손보의 경우,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후순위채는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시 가장 마지막에 변제받게 되는 채권으로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자기자본의 50%에 해당하는 액수까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보험사들이 자기자본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가장 손쉽게 활용 중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23일 900억 원 규모의 10년 만기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유효수요가 10억 원에 불과해 흥행에서 참패했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과 인수기관인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남은 잔액을 모두 인수하기로 해 당장 900억 원의 자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로써 향후 추가 자본확충 과정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증된 셈이다.

롯데손보는 앞서 400억 원 규모의 사모 후순위채 발행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실적 회복 중이지만” 김현수 사장, 연임 불투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롯데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14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84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5% 증가했고, 영업이익이도 234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장기 보장성 실적 증대, 자동차 및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 노력 등의 전략 아래 상반기에 이어 지속적인 이익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세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롯데손보의 마음은 다급할 수밖에 없다. RBC비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159.1%로 업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데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도 겨우 턱걸이한 수준이기 때문.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170%까지 회복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역시 당장 발 등에 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롯데그룹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을 몰아받아 몸집을 키워온 점도 앞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조짐이다.

FRS17 도입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보험사의 RBC비율을 산출할 때 보장형 퇴직연금 운용으로 인한 리스크 등도 반영하게 되면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신용평가 측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RBC제도변경을 반영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롯데손보의 RBC비율이 100% 안팎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계속 제기되는 매각설도 회사를 흔드는 요인이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2년 내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손보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롯데그룹이 아직까지 금융계열사 처분 방법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확충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롯데손보의 경우 외부 매각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온다.

또한 실적 회복으로 청신호가 켜졌던 김현수 대표의 연임 여부도 그룹 지주사전환에 따른 매각설과 재무건전성이 발목을 잡으면서 다시 불투명해졌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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