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원 5000명 짐쌌다...올해도 신한·국민銀 등 희망퇴직 단행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은행권에 불어오는 인력 감축 바람에 연초부터 등 떠밀려 짐을 싸는 행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만들기’ 정책 기조에 맞춰 앞에서는 신입 공개채용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고용창출 및 안정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뒤로는 디지털 금융 추세에 따라 불필요해진 인력감축을 위해 골머리를 앓으면서 기존 직원 내보내기에 혈안이 되는 모순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이어 연초부터 인력감축 ‘칼바람’

은행권에 불어 닥치고 있는 희망퇴직 한파가 매섭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두며 함박웃음을 지은 반면 직원들은 쫓기듯이 은행 문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고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조건의 퇴직금을 내걸고 약 1,0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는 예년의 비해 약 3배 늘어난 규모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와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과 실시했다. 단 이틀간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은 결과 500명이 넘는 직원이 짐을 챙겼다.

이밖에 KEB하나은행도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신청 받아 지난해 말 207명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연초부터 인력감축 바람이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오는 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 대상자는 1978년생 이상 근속연수 15년이 넘은 직원이며, 8~36개월치 월급의 특별 퇴직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부지점장 이상으로 대상이 한정했던 것에 반해 올해는 연차와 나이만 충족하면 퇴직 신청이 가능해진 만큼 신청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KB국민은행도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직원과 오는 2019년에서 2020년 임금피크제 전환 예정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남은 정년에 따라 27~36개월치 급여가 퇴직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사라지는 창구...채용 확대 뭐하러?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6곳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3,901개다. 이는 전년도 4,144개 보다 243개 줄어든 것이다.

또한 지난 5년 간 폐쇄 된 시중은행 점포수를 모두 합치면 1,200개가 넘는다. 이처럼 점포수가 대폭 사라진 만큼 전체 은행의 직원 수 역시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실제로 지난해 약 5,000여명의 은행원이 옷을 벗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기조에 발맞춰 업체별로 많게는 두 배까지 채용 규모를 큰 폭으로 확대한 점이 의아함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불필요한 신규 채용을 늘려놓고 기존 직원들은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앞에선 신규 채용 확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축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

사실 대출금리 인하, 기술금융과 서민지원 압박 등에 이어 채용 확대 요구까지, 은행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 비중이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히려 인력을 줄여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리라는 정부의 주문에 따라 신규 채용 확대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단행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화두가 ‘디지털 금융’인 만큼 향후 지점 축소와 인력의 구조조정은 점차 더 확대 될 전망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직원 중심 디지털 기반 혁신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으며,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디지털 핵심 인재 1만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역시 지난 2일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사고와 행동 모두를 디지털화해야 하고 현지화 영업을 확산해 진정한 글로벌뱅크로 도약해야 한다”며 “2018년을 디지털 영업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강화 흐름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포와 인력 규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은행맨들의 숫자가 대폭 감소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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