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판매중지 처분을 받아 개점휴업 상태였던 폭스바겐이 이렇다 할 사과나 약속했던 리콜 이행률 조차 지키지 못한 채 국내 판매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국내 출시를 앞둔 신차에 대한 사전예약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이 복귀하면서 선보일 차량은 ▲SUV ‘티구안’ ▲중형세단 ‘파사트’ ▲4도어 쿠페 스타일 ‘아테온’ 등 이다.

이같은 소식에 일각에선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국내와 해외의 차별적인 보상 문제와 18개월간 리콜 이행률 85%를 약속했던 티구안 리콜이 1년여가 지난 현재 50%에 머물러 있는 점을 예로 들며, 폭스바겐이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판매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판매만 급급한 폭스바겐…“진정성 있는 사과는?”

▲ (출처=폭스바겐코리아)

실제로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미국시장에서는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며, 정부와 소비자에게 153억 달러(한화 17조9,000억 원)에 달하는 보상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은 1인당 최대 1,2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유럽의 경우 폭스바겐은 당초 보상금에 대해 난색을 표하다 분노한 유럽 소비자들을 의식했는지 일부 국가에서 노후디젤차를 유로6 신모델로 교체할 경우 최대 1,4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며, 행보를 달리 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배상금 대신 1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힐 뿐이었다.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 개개인에게는 1,000만 원을 상회하는 보상금과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27만 명의 한국 소비자들에겐 향후 5년간 차량 유지 관리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는 100만 원 상당의 바우처 제공이 끝이었다.

동일한 차량을 비슷한 금액을 주고 구입했지만 사건 발생 이후 보상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거나 문제해결을 위한 리콜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아니다.

디젤게이트 발생 후 국내 시장에서의 폭스바겐은 미흡한 초기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반면, 유럽시장에서는 2017년 안에 리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의 리콜 명령에도 폭스바겐 측은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리콜계획이 3차례나 반려됐지만 유럽시장에서는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디젤게이트에 관련된 핵심 관계자들이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재판진행에 어려움을 주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피고인 중 한 명인 요하네스 타머 前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독일로 도피하듯 출국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마땅히 짊어져야할 책임까지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소유주들께 개인적으로 사과편지와 리콜을 안내했으며, 지금도 성실히 리콜에 임하고 있는 만큼 판매에만 급급하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라며 “요하네스 타머 전 대표님의 경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관계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리콜 이행률 85% 달성 약속한 폭스바겐, “달성위한 노력은?”

리콜 이행률 역시 문제다. 폭스바겐은 앞서 리콜계획이 3차례나 반려되자 궁여지책으로 ‘18개월간 리콜 이행률 85% 달성’이라는 조건을 세우고 ‘티구안 2개 차종, 2만7,000여 대’에 대한 리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한국에서 문제가 제기된 15개 차종 12만5,000여 대 중 우선적으로 실시된 리콜이다.

정부에서 리콜을 승인하자 폭스바겐은 티구안 리콜 전용 웹사이트까지 개설하며 리콜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초기 리콜 이행률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리콜이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6월 리콜 이행률은 41%이다.

하지만 이후 6개월 동안 증가폭이 10%대에 그쳐 현재 리콜 이행률은 5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티구안(출처=폭스바겐코리아)

지난해 8월 시작한 2차 리콜(9개 차종, 8만2,300여 대)은 1차 리콜에 비해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 중이다.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12월, 리콜 이행률은 15%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현재 리콜 속도로는 지난해 2월과 8월에 실시한 1‧2차 리콜 모두 이행률 85%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1차 리콜의 경우 현재까지 55.3%의 리콜 이행률을 보이고 있으며, 2차의 경우 시작한지 4개월 밖에 안됐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시기”라며 “리콜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지면 광고 및 보도자료를 통해 리콜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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