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지난 3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차)’보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했다.

국내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한국지엠의 부진은 예상됐으나 이전과 다를바 없는 르노삼성차가 수입 브랜드에 뒤쳐졌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3월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6% 증가한 2만6,402대를 나타냈다. 

이 중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한 브랜드는 벤츠로 7,932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차는 7,80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위기의 한국지엠은 6,272대를 판매했다.

분기별 실적에서도 르노삼성차는 올 1분기 총 1만9,555대를 판매해 2만대 돌파에 실패했지만 벤츠는 2만1,633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또 다른 수입 브랜드인 BMW의 1분기 판매량은 1만8,577대로 르노삼성차를 바짝 뒤쫓고 있다.

작년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마이너 3사 완성차업체가 1~5위를 차지하고 수입차들이 쫓는 형국이었다.

최근 수년간 수입차 판매량이 가파르게 성장해 왔지만 국내 업체의 월 판매량은 앞서지 못했다. 수입차의 성장세는 결국 국내 브랜드를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나마 SUV 차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9,243대로 국내 완성차의 자존심을 지켰다. 

르노삼성차의 부진은 이렇다 할 이유나 원인이 없다. 

차라리 한국지엠은 ‘경영난에 의해 제대로 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었다’라는 명분이라도 있다.

업계관계자는 “벤츠와 BMW가 밀어내기를 하면서 저렴한 값에 차량을 판매하자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어내기란 새로운 모델을 판매하기 위해 기존 모델을 싼 값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벤츠는 신형 모델들을 출시하면서 구형 모델들을 1,500만 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BMW 역시 벤츠에 맞서 신모델을 출시했고 구형 모델들은 저렴하게 판매했다.

높은 가격에 쉽사리 선택할 수 없었던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을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 역시 비슷한 주장을 내세웠다. 그는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바뀐 것이 벤츠의 판매량을 끌어올렸고, 이 때문에 판매량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호하면서 국내 시장이 커졌고, 이 같은 이유로 판매량 자체가 늘어나면서 벤츠와 BMW 등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량이 늘어났을 뿐, 르노삼성차의 실적 부진이 수입차 업체와 경쟁에서 밀린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르노삼성차의 경쟁력 있는 신차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프리미엄 수입차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차를 구입할 수 있는 지금이 기회”라며 “르노삼성차는 수입차업체들의 공세 속에서도 고객을 뺐기지 않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신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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