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균주 도용 소송 유지”…韓 법원 판결 따라 양사 타격 불가피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와 관련된 진실공방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6월 메디톡스가 미국 법원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균주 도용과 관련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는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美 법원, 보톡스 관련 소송 “대웅제약 각하, 에볼루스 유지”

1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에볼루스간 등을 대상으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관련 소송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가 열렸다.

메디톡스가 제기했던 해당 소송의 유지에 대해 미국 법원은 대웅과 대웅제약에 대해서는 각하, 에볼루스 등 미국 협력사에 대해서는 유지를 결정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미국 승인 절차와 판매를 돕는 파트너사다.

이날 열린 심리는 지난달 대웅제약이 미국 법원에 현재 중단 상태인 소송을 각하해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미국 법원은 해당 소송 건의 경우 한국에서 진행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재소가 허용된 각하 결정을 내려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양사는 미국 법원의 판단에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 대한 소송을 유지한 것은 모든 소송 당사자에 대한 재소 불가능한 소송 각하 요구를 한 대웅제약 측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대웅제약 등에 대한 재소가 허용된 각하 결정에 따라 한국 소송 이후 재소를 진행할 것”이라며 “에볼루스 등에 대한 소송 유지 결정은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웅제약 측은 소송 종결이라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이번 소송 결과는 절차에 맞지 않게 관할권도 없는 외국에서 먼저 소송을 신청해 나보타(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제제) 수출을 저지하고자 했던 메디톡스의 소송 의도가 무산된 것”으로 평가했다.

양측의 엇갈린 해석은 판결문 원문에 나오는 'without prejudice'라는 표현에 대한 시각차를 보여준다.

메디톡스는 이를 ‘재소가능한 각하’로 풀이했고, 대웅제약은 ‘편견없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서 각기 다른 해석이 나왔다.

▶한국 법원 판결 ‘주목’

양사가 각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미국 법원의 판결을 해석하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중단된 민사소송은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메디톡스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미국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 피해 보상 규모 등을 다툴 수 있다.

반면,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줄 경우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에볼루스를 상대로 한 소송을 더 진행할 여지가 없어진다.

때문에 현재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의 결과는 양사에 증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한국에서 제기한 민사소송에 적극 임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대웅제약은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의 획득 경위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조속히 공개해 현 사안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나보타 美 진출 암초되나

한국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대웅제약 쪽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게 될 경우 대웅제약의 ‘나보타’ 미국 진출은 불투명해 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당시 소장에 도용이 의심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며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 나보타 미국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메디톡스는 대웅,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툴리놈 톡신 균주 및 독소제제 제조기술정보의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음을 공시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이 패소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 증권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나보타 미국 진출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 간의 민사소송은 FDA 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나보타의 미국 허가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대웅제약 주가의 불확실성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았다.

이와 반대로 메디톡스가 패소하더라도 그로 인한 이미지 추락 등의 부정적 여파를 감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미국 법원에서의 에볼루스 등에 대한 소송 심리는 오는 8월 10일 오전 9시(미국 현지시간기준)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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