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대한민국⑦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기자는 대기오염에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에 속한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꼭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된지 오래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 중 하나라도 ‘나쁨’ 표시가 뜨면 반드시 식약처 인증 KF-94 방역마스크를 장착하고 늠름하게 일터로 향한다.
지난 몇 년간 축적된 기자의 눈대중(?) 데이터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일 때 출근 시간 성수역 방향 2호선 지하철 1칸 내 마스크 착용자 비율은 30명 중 2명 이내. 그마저도 미세먼지 필터기능이 없는 부직포나 면 마스크를 쓴 사람을 제외하면 30명 중 1명 될까 말까.
이럴 때 홀로 얼굴에 절반을 가리는 요란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외딴섬 혹은 대형 세균 덩어리가 된 기분도 든다. 하지만 당당해지려 노력한다. 내 건강을 위해서.
지난해 서울 기준, 초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인 날은 61일이나 된다고 한다. 일 년 중 두 달은 치명적인 미세먼지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거다. 게다가 올해는 연초부터 최악의 나날이 계속됐다.
세상이 온통 뿌옇다. 숨이 막힌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50㎍/m³만 넘어도 외출하기 꺼려지는 판에 200㎍/m³ 육박하는,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 지속되니 죽을 맛이다.
이렇게 미세먼지 ‘나쁨’ 일 수가 늘어나면서 마스크 구매 비용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KF-94 방역마스크를 인터넷 최저가로 사면 1,250원 정도인데. 10장을 사면 1만2,500원, 100장을 12만5,000원이 지출된다.
할 수 없이 요즘은 쿠팡이나 티몬에서 1개 500~700원짜리 중소제품도 섞어 쓰게 됐다. 급할 때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면 가격은 2~3배 이상 무섭도록 껑충 뛴다.
이렇게 100장을 사더라도 4인 가족 기준 25일만 쓰면 모두 동이 난다. 업체들은 일회용이니 재사용을 하지 말라는 데 이틀정도는 그냥 두 눈감고 쓸 때도 많다. 적어도 안 쓰는 것 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이다.
화가 난다. 미세먼지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건강도 잃고 돈도 잃고 있다. 모두 입을 마스크로 꽁꽁 막고 사는 세상은 확실히 잘못됐다. 먼지가 문제인데 먼지를 잡지 못하니 다들 코와 입을 막고 있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손실도 만만치 않다.
미세먼지를 완벽히 차단해주는 마스크 보다는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가득 찬 하늘처럼,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게 가장 큰 문제다. 월급도 안 오르고, 이래저래 암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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