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이렇게 많은 기자 분들 앞에 서는 건 처음입니다. 취임식 때보다 더 떨리네요.”

(출처=컨슈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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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임 은행장은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먼저 간단한 인사말로 긴장을 풀어냈다.

위성호 전 행장에 이어 새롭게 사령탑에 오른 진옥동 행장은 30여 년간 신한은행에 몸담으며 신한문화의 전도사로 널리 정평 난 인물이다. 또한 신한금융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을 거쳐 2015년 SBJ(Shinhan Bank Japan)은행 사장에 취임하며 신한은행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진 행장은 “은행업 본질에 대한 혁신을 글로벌과 디지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시도를 통해 만들어 가겠다”고 밝히며, 향후 장기 비전과 경영 철학을 소개했다.

이하 일문일답.

Q.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 전략 무엇인지.

한 마디로 말해 디지털 인력이 유목인이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조직의 변신과 디지털 인재 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행들은 시스템과 조직의 문제가 많다. 먼저 인력채용에 대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존 은행업은 상경계열을 뽑아서 전환배치를 통해 IT부문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가려면 처음부터 IT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을 뽑아서 그들이 영업점에 나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IT인재를 뽑아서 상경계열 영업사원을 써야한다는 돈키호테적 발상을 해보고 있다.

IT계열 직원들의 사무실을 없애자는 엉뚱한 발상도 해보고 있다. IT나 디지털 개발부서에 2~300명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업 부서로 배치하자는 것이다. 모여 있는 개발부에서 개발된 상품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개발자가 현업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환경이 구축해야 애자일(agile) 개발론을 실현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뚱딴지같은 제안을 통해 현업에서 뛰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계속 줄 생각이다.

Q.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중단됐는데 향후 모바일 전략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디지털 매트릭스 조직의 분장을 지주에서 하고 있다. 토스 전략의 상당부분은 지주를 중심으로 추진됐고, 은행에서 직원들이 파견되는 구조였다. 결국 이견이 발생했는데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컨소시엄에 이탈하겠다. 이 외에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이 자리에서 말하기 부족하다. 현재 토스은행의 사업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예의차원에서도 관련된 언급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출처=컨슈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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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글로벌 전략에 대해서.

글로벌 전략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축 통화지역에 대한 트랙과 국가의 경제발전 속도와 같이 따라서 금융 니즈가 팽창하는 신흥국가에 대한 트랙, 이렇게 투트랙 구조로 가야 한다.

IMF와 리먼쇼크를 거치면서 아픈 추억이 많다. IMF 당시 오사카 지점에 근무 중이었다. 아픈 추억이 많다. ‘팔리는건 무조건 팔아라’ 라는 지시도 받아 봤고, ‘엔화든 달러든 두 개의 통화로 환산할 수 있는 건 무조건 환산해라’ 라는 주문도 받아 봤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지만 한국은 통화의 안전성이 굉장히 낮은 축이다.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급등해버리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이 모두 외국에 나가게 된다. 한국의 통화변동 리스크를 감안하면 기축통화 지역에 똘똘한 채널을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전략을 논할 때 몇 개국에 몇 개 점포가 나가있다는 이야기를 자주하지만 이제 그러한 시대는 지났다. 가능성 있는 지역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 베트남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럴 때 베트남에는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계 은행끼리에 경쟁이 아닌 로컬 뱅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형태와 규모를 갖춰야 한다. 가능성 있는 곳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격차 이루겠다.

물론 캄보디아나, 미얀마도 주목 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자본 리소스를 여기저기 뿌리지 않고 유의미한 모습을 만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Q. 임기 중 경영 목표와 집중할 부분.

기업운용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깊숙이 들어가면 중견‧중소기업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무척 고민스럽다. 그래서 지금 우선적으로 보고 있는 건 WM부문이다. 이 부문은 신한의 경영철학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함께 같이 고민해보겠다.

Q.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지역에서 M&A나 지점 추가 예정은 없는지.

생각 같아서는 M&A 하고 싶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SBJ은행 설립할 때도 내가 계속 주장했던 점은 만약 제2의 IMF로 흔들려도 본체를 도와줄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본체의 5분의 1규모는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한은행 역사를 살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IMF 위기 때 한국의 은행들 모두 적자였지만 신한은행은 유일하게 흑자를 낸 적이 있다. 흑자를 낸 이유가 있다. 국내 영업부문에서는 당연히 똑같이 적자를 냈다. 그런데 당시 신한은행이 가지고 있던 미국의 내셔널뱅크라는 지점 3개짜리 은행이 있었다. 이걸 2,000만불 주고 사서 2,000만불 주고 팔았는데 당시 환율 폭등으로 매각이익나 흑자를 봤다.

내가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는 재산은 재산이 아니다. 글로벌 전략도 마찬가지다. 신흥국에서는 우리가 위기일 때 그쪽도 위기가 와 가격이 폭락해 있다. 전략적 포트폴리오는 반대지역에 갖고 가야 한다.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지역에서 진짜 유동성이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Q. 디지털화에 따른 조직문화는 어떻게 가져갈 예정인지.

따로 보지 않는다. ‘그 조직이 무엇을 추구하는가’, ‘추구하는 부분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체화돼 있는가’, ‘체화된 조직의 방향성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발현하고 있는가’. 이것이 조직문화다.

신한은행의 조직문화에 대해 흔히들 응집된, 끈끈한, 팀워크 등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신한의 조직문화는 고객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고객 퍼스트를 철저하게 구현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은행 문턱이 높았을 때 고객을 위해 발로 뛰었던 신한은행의 방침이 직원들에게 체화됐고, 고객들에게 발현돼 그게 신한의 성공을 만들었다. 이러한 문화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출처=신한은행)
(출처=신한은행)

Q. 오렌지라이프 인가 과정에서도 보여 졌듯이 신한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당국의 우려가 큰 것 같은데, 최악의 경우 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진 행장 대행 체재로 가게 되는 것인지.

지배구조 안정에 대해서 당국의 염려가 있다고 들었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안정성에 대해서 요구할 수 있지만 세대교체를 통하면서 여러 고민의 결과로 새로운 체재가 출범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모두 잘 알고 있는 그대로다. 앞으로 부분은 예측할 수 없다. 대행의 문제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서 하게 될 것이다.

Q. 취임사에 ‘진정한 리딩뱅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KB를 염두에 둔 발언인지.

리딩뱅크에 대해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재무적으로 이익을 더 냈다고 해서 과연 그 은행이 리딩뱅크인가? 그 부분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독일의 지멘스는 ‘이익을 위해서 영혼을 팔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이야기 한다고 들었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이래 10년 동안 매년 1월 은행장부터 전 지점장이 연수원에 들어가 3~5일간 연수를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연수 보조로서 참석해 귀동냥으로 배운 메세지가 아직도 나에게 울리고 있다. “진정한 상인은 상대의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라는 말이었는데, 지멘스 이론과 비슷하다.

결국 고객이다. 은행이 고객을 이익의 창출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줘야 한다는 명제를 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익이 실현되는 것인데 앞뒤가 뒤집혀서는 안 된다.

잘못 오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진정한 리딩뱅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신한은행은 90년대 자산도 이익도 규모가 작았지만, 한국에서 리딩뱅크가 어디냐는 질문에 신한은행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즉 그 당시에는 작은 은행임에도, 긴 호흡에서 보면 신한은행이 리딩뱅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때의 신한은행과 지금의 신한은행은 어떻게 다른지 직원들과 함게 고민해보겠다. 나의 금년 과제이다.

Q. 마지막으로, 현재 고객 수는 얼마나 되나.

활동성 계좌수로 KB가 1,400만, 신한이 1,000만으로 대략 400만 차이가 있는데, 숫자로 줄을 세우는 것 보다는 진정한 리딩뱅크를 추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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