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르노삼성차)
(출처=르노삼성자동차)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앞날이 어두워졌다. 11개월 만에 도출한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제2의 한국지엠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21일 사측과 실시한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였다.

이날 투표 결과는 참여한 인원 2141명 중 찬성이 1023명(47.8%), 반대가 1109명(51.8%)으로 부결됐다. 찬성표와 반대표의 차이가 근소해 더욱 뼈아픈 결과다.

부산공장 생산직 조합원 대부분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정비직 등이 포함된 영업지부의 반대표가 이번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공장 생산직 조합원의 찬성률은 52.5%에 달했다. 반면 영업지부 조합원들은 34.4%에 그쳤다. 1년간 노사갈등 끝에 힘겹게 나온 잠정합의안이 영업지부 조합원 탓에 결국 부결된 것이다.

앞서 16일, 르노삼성차 노사 양측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6월 첫 상견례를 가진 후 11개월 만에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노조는 기본금 동결에 합의했고,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을 100만 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중식비 보조금을 3만5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성과급도 976만 원과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측은 근무강도 개선을 위해 60명을 채용하고 주간 근무조의 중식 시간도 기존 ‘45분’에서 ‘60분’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10억 원의 설비 투자와 함께 ‘근무 강도 개선위원회’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핵심쟁점이던 ‘작업자 전환 배치’ 문제도 이견을 상당히 좁힌 상태였다. 당초 노조가 요구한 ‘작업자 전환 배치시 노사간 합의’는 사측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대신 사측이 ‘전환 배치시 노조의 의견을 반영’키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잠정합의안의 모든 내용은 수포로 돌아갔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닛산 로그(출처=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닛산 로그(출처=르노삼성자동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도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제2의 한국지엠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당장 오는 9월부터가 문제다. 위탁생산 중인 ‘닛산 로그’ 물량의 생산 계약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22만7577대 가운데 10만7245대가 북미로 수출되는 ‘닛산 로그’였다. 절반(47.1%)에 달하는 수치다. 그런데 당장 9월부터 생산할 수 없다. 생산량의 절반이 날아가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측은 닛산 로그의 후속모델로 차세대 크로스오버차량(CUV)인 ‘XM3’의 수출 물량 확보에 전력했다. 하지만 이번 찬반투표 부결로 물량 확보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내수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내수판매량은 1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하며, 국내 5개 완성차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위탁 생산 물량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는 것이다.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근로자가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근로자 구조조정이나 폐업속출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향후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내부 논의를 통해 추후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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