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써 봤어?②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절감을 위해 ‘착한페이’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태어났지만 반 년째 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는 제로페이를 바라보면 이따금 이 인터넷 유행어가 떠오른다.

(출처=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캡쳐)
(출처=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캡쳐)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야”

MBC 무한도전에서 ‘멍청이’를 순화한 대체어로 웃음을 자아낸 뒤 약 10년가량 인터넷 유행어로 널리는 쓰이는 표현이다.

제로페이가 멍청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말 그대로 착한 건 알겠지만 사용하기에 약간 모자라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왜 이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와 억지로 친해져야 하는 걸까? 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친구만의 숨겨진 사연이나 매력이 있는 걸까?

■ 소상공인 살리는 ‘착한페이’

소비자들이 왜 제로페이를 써야만 하는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해답은 ‘착하다’에서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직접 나서 만든 작품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결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앱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지불금액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중개업체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소상공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 제로페이의 경우 연 매출 8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은 결제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고 초과한 사업장이라도 최대 0.5%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이는 신용카드의 수수료율이 연매출 3억 원 이하 0.8%, 5억 원 이하 1.3%, 5억 원 초과 2.3%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준이다.

수수료가 0(제로)이라서 이름도 ‘제로페이’로 지었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착한페이’라는 자칭 겸 타칭 별명도 갖게 됐다.

(출처=제로페이 광고 캡쳐)
(출처=제로페이 광고 캡쳐)

여기에 보태 서울시는 지난 6개월 간 제로페이가 ‘착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서울시가 작년 11월 30일 선보인 ‘광화문 한복판, 당신 곁에 누군가 갑자기 쓰러진다면?(feat.제로페이 서울)’ 광고의 내용도 이를 뒷받침 한다.

광화문 거리를 걷던 시민들이 갑자기 쓰러지고 ‘자영업 열 명이 시작할 때 아홉은 쓰러집니다. 자영업이 일어설 수 있도록 서울시민이 도와주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후 다른 행인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QR코드를 찍자 기절했던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게 된다.

이 광고는 ‘제로페이로 결제해주세요.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시작합시다’라는 문구로 마무리 된다. 쓰러진 사람들은 자영업자를, QR코드를 찍는 사람들은 소비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힘든 자영업자를 돕는 착한 소비가 이뤄진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 착하면 장땡? 매력도 높여야…

착하다는 건 분명한 하나의 장점이다. 하지만 착하기만 한 건 안타깝게도 그 어떤 매력도 끌지 못한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착한’ 페이가 되려면 다른 장점이 더 필요하다. 한 마디로 실익이 있어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편리함이든 혜택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제로페이의 발전 방향을 두고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포인트를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홍보 방향은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한 번 눈을 씻고 찾아봤다. ‘착하다’ 외에 제로페이의 장점을 무엇인지. 장점이 뚜렷한 가운데 착하기까지 하다면 ‘조금 낯설지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써볼 용의가 생길 거다.

경쟁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카카오페이는 각종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20~30% 할인을 제공하는 등 무지막지한 혜택으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제로페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찾아야 한다.

(출처=제로페이 홈페이지 캡쳐)
(출처=제로페이 홈페이지 캡쳐)

우선 제로페이가 내세우는 가장 큰 혜택은 연말 소득공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이용금액의 소득공제 혜택이 40%로 신용카드(15%)나 체크카드 및 현금영수증(30%)보다 높아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크다고 말한다.

예컨대 연봉 5,000만 원에 2,500만 원을 소비하는 직장인이 제로페이를 쓰면 연말정산 때 75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만약 같은 금액을 신용카드로 사용하면 28만 원을 환급 받게 된다. 단순하게 따졌을 때 제로페이 사용으로 1년에 47만 원을 더 벌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제로페이 결제액의 40%를 소득공제 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향후 적용되기 까지 해결해야 난관이 남아있다. 가장 큰 유인 요인이 불확실하다는 데에서 이미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써야만 하는 이유 찾기의 열정이 한 풀 꺾이는 기분이다.

또한 40%의 소득공제는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결제를 했을 때만 적용된다는 것도 맹점이다. 그 밖의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30%로 체크카드와 같은 소득공제율이 적용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조례개정을 지자체별로 추진 중이다.

또한 서울시는 5월부터 총 85개의 공공시설(기존 3곳)에 대해 제로페이로 결제할 경우 최대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 서울대공원과 서울식물원 등도 새롭게 추가했다. 제로페이 결제 시 입장료의 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제로페이로 결제할 경우 입장료, 이용료, 관람료, 수수료 등 시설별로 5%~30%를 올해 연말까지 할인혜택을 받는다.

기존 세종문화회관, 남산국악당, 돈화문국악당 기획공연 할인(10%) 외에도 나들이객들이 많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대공원(동물원·테마가든 입장료 30% 할인), 서울식물원(온실 입장료 30% 할인) 등이 5월 2일부터 할인을 시작한다.

서울시에 이 같은 노력에도 각종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과 비교하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제로페이만의 장점이 부각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정부가 제로페이로 페이 시장에 대한 홍보만 하고 있는 꼴이다. 결국 이득을 보는 건 다른 페이 종류일 것"이라며 "신용카드사나 페이 업체들이 고객 우선주의로 혜택을 키워 고객들을 유입시키는 것과 달리 제로페이는 행정 편의적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초기 소비자 위주가 아닌 소상공인 위주의 홍보 및 마케팅을 펼친 것도 문제"라며 "소비자가 사용을 안 하니 제로페이는 결국 무관심 속에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