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르노삼성차)
(출처=르노삼성차)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의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사측은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과 내수 판매량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고, 노조는 사측뿐만 아니라 노조원들과의 갈등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사이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중 일부 업체는 이미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해 6월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으나,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시간만 1년이 흘렀다. 갈등의 끝은 어디일까.

■ 갈등만 1년…노조원마저 등 돌렸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재협상 협의 결렬로 지난 5일 오후 5시 45분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양측은 지난 3일부터 실무급으로 이뤄진 노사 대표단 축소교섭을 통해 재협상 일정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다 협의가 무산됐다.

이번 협의에서 노조는 ▲파업 기간에 대한 100% 임금보전 ▲파업 참가율에 따른 차등 지급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의 임단협 타결 격려금 차등 지급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원 내부 갈등을 우려해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선 것이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전면 파업 사흘째인 10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오전 근무자 1429명 중 1029명이 정상 출근했다. 67%에 달하는 인력이 정상적으로 업무 현장에 복귀한 것이다.

사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은 지난달 21일 있던 2018년 임단협 1차 잠정합의안 투표 결과를 통해 11개월째 이어진 노사 갈등에 피로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찬성표가 많았는데, 1660여명의 현장 근로자 중 52.2%가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조가 생산직 근로자 절반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채 전면 파업에 나섰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업계는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 이탈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뢰를 잃은 집행부와 회사 위기에 대한 공감,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과 지역사회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이번 축소협상에서 노조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에게 임금을 더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제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노조 내부(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원들을 중심으로)에서는 ‘노-노갈등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집행부 탄핵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일부 근로자들 사이에서 ‘무엇을 위한 투쟁인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르노삼성자동차)
(출처=르노삼성자동차)

■ 무너져가는 협력사

노조가 노조원조차 의미를 찾지 못하는 투쟁을 이어가면서 누적된 파업으로 르노삼성차만 바라봤던 협력업체들은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부산, 울산, 경남 소재의 협력업체를 포함해 총 4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후 발표한 ‘르노삼성차 부울경 협력업체 긴급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르노 사태 장기화로 납품 비중이 높은 협력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몇몇 1차 협력업체의 경우 이미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차에 100% 납품하고 있는 1차 협력사인 E사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구조 조정을 실시해 직원을 9명 줄였다. 르노삼성차를 100% 전업하던 L사는 4월 이후 물량을 전혀 받지 못하자 부산공장을 정리해버렸다.

르노삼성차 1차 협력사에 물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T사도 90명에 이르는 직원들 중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30% 가까운 인원의 자발적 이직을 유도했다. 르노삼성차 매출비중이 80% 이상인 H사도 생산에 고용된 외주인력 30명을 이미 감축했다.

아직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협력업체 대부분도 납품물량이 절반 이상 줄면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협력업체 연쇄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확산되고 있다.

부산상의는 “르노 사태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지금까지 간신히 버텨 온 협력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부울경 협력업체의 구조조정과 고사 위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르노삼성차 노사 양측의 전향적인 노력과 조속한 합의 타결을 촉구했다.

■ 국내 최초 LPG 엔진 탑재 SUV 선보인 르노삼성차…위기 돌파구 될까

이렇듯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르노삼성차는 신차 개발 및 출시에 여념이 없다.

10일 르노삼성차는 국내 최초로 LPG 엔진을 탑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QM6 LPe’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LPG차 등록대수는 2018년 말 205만여대에서 2030년 282만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LPG차는 가솔린이나 디젤 등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난 3월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의 일환으로 일반인 LPG차 구매제한을 없애면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내놓은 LPG엔진 탑재 SUV가 전무한 가운데 르노삼성차에서 QM6 LPe모델을 출시하자, 일각에선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파업 사태로 줄어든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을뿐더러 나아가 LPG SUV차량 시장에서 르노삼성차의 입지가 굳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PG규제가 풀렸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소비자 수요가 많은 SUV 차량의 LPG모델을 내놓지 않아 아쉬움이 컸는데, 르노삼성차가 SUV LPG모델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갈증이 일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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