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일본 정부가 오는 8월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면 수출 규제 품목이 확대돼, 반도체 외에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부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전략물자 수출 통제 양자협의’에서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색 국가란 일본 정부가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전자 부품 등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한국은 2004년 백색 국가에 포함됐다.

현재 오스트리아·벨기에·불가리아·체코·덴마크·핀란드·프랑스·독일·그리스·헝가리·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네덜란드·노르웨이·폴란드·포르트갈·스페인·스웨덴·스위스·영국·호주·뉴질랜드·아르헨티나·미국·캐나다·한국 등 27개 국가가 포함돼 있다.

반면 백색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해당 국가로 수출되는 화학, 첨단소재 등 품목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90일간 심사를 한다. 90일이라는 심사기간 탓에 공급 차질이 생기며, 최악의 경우 수출 자체가 막힐 수도 있다.

업계는 한국이 백색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선 현재 대외적으로 글로벌 판매 부진을 겪으며 침체기에 빠져 있고, 내부적으론 노조와의 갈등이 잦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수출 규제를 통한 경제 제재 효과가 뛰어나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출처=아사히신문사 유튜브 영상 캡처)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출처=아사히신문사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해 기준 한국 자동차 산업은 402만 8705대를 생산했다. 세계 7위 수준이다. 여전히 강대국이지만 한 때 세계 5위의 강대국이었던 만큼 현재 순위는 다소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3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판매량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개 회사의 글로벌 판매량은 총 386만5827대로 2018년 상반기보다 5%나 줄었다. 내수시장에서 0.3% 감소했고 해외시장에선 무려 6% 감소했다.

해외의 경우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실적부진이, 국내의 경우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라는 큰 과제가 해마다 존재하고, 이를 원인으로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업체에 부담을 주는 것이 생산량 및 판매량 하락의 주된 이유다.

그나마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의 경우 상당부분 국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일본제 아이신 변속기를 쓰는 쌍용차 정도만 타격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문제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다. 백색 국가 제외 이후 수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 화학, 첨단소재 등인데 이들 품목이 전기차 배터리나 수소차 핵심 부품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행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만큼 일본 부품이 아니더라도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실제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불리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을뿐더러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국내외 기업을 통해 수급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유계 PVDF 바인더’와 ‘수계 SBR 바인더’, ‘알루미늄 파우치’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높아 수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특히, 알루미늄 파우치의 경우 일본 업체인 DNP와 쇼와덴코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차가 선도하는 수소차 분야의 경우 수소차에 쓰이는 탄소섬유의 국산화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이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지만 현대차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인증이 필요한데, 올해 안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사용 중인 탄소섬유는 일본 도레이의 제품이다. 백색 국가 제외 이후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현대차는 프랑스 도레이나 미국 도레이 등에서 해당 부품을 수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국산화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장비나 전기차‧자율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와 레이더 등 센서의 경우 일본 의존율이 높은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분석,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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