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지하철 화장실의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다쳐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30대 여성 A씨는 서울 지하철 당산역 내 화장실을 이용한 후 장애인 휠체어 경사로를 이용해 걸어가던 중 바닥에 미끄러져 우측 경비골 간부 골절상을 입었다.

A씨는 사고 당시 화장실 바닥에 있던 물기가 신발에 묻었거나 장애인 휠체어 경사로에 물기가 있어 미끄러웠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시설물 보존상 하자로 인해 미끄럼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서울교통공사 측에 수술비 및 일실수익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에 공사 측은 사고 당시 A씨가 넘어진 것을 발견한 청소용역원 및 사고조치 역무원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파악한 결과, 현장에 A씨가 주장하는 물기, 결빙 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사고는 시설물의 하자가 아닌 A씨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보이며 이미 지급한 영조물배상책임보험(최대 100만 원 이내)에 의한 치료비 배상금 99만9000원 외에 추가적인 배상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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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은 서울교통공사 측은 공작물에 대한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A씨에게 일정 부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민법」제758조에 의하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현장조사 결과 지하철 장애인 경사로는 관계 법령에 의한 기울기 기준은 충족하고 있었으나, 복도보다 약 67cm 정도 높은 곳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통행로로 사용되며 대리석 재질로 돼 있었다.

경사로 자체에는 물기나 결빙 등이 없다 하더라도 화장실 바닥에 있던 물기가 신발에 묻었을 경우 미끄러질 위험성이 있고, 경사로 바닥에 물기가 남아있을 경우 지상에 위치하고 있는 당산역의 특성상 외부온도에 따라 결빙될 소지가 많다.

A씨는 역 내 화장실 좌변기를 이용한 뒤 손을 씻고 나와 경사로를 내려가다가 미끄러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 2차례에 걸친 현장조사 시 2번 모두 좌변기 화장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어 사고 당시에도 A씨의 신발에 물기가 묻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고일 3일 전, 서울 전 지역에 25.8cm의 폭설이 내린 뒤 사고 당일까지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가 지속돼 결빙으로 인한 미끄럼 사고의 위험성이 높았던 때이다.

공사 측은 이러한 위험성에 대비해 경사로에 카펫을 깔아놓는 등 방호조치를 다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수많은 통행객이 있었음에도 A씨만 미끄럼 사고가 발생하게 된 데에는 A씨의 부주의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므로 지하철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30% 범위 내로 제한한다.

손해배상금은 ▲진료비 267만4097원 ▲향후치료비 200만 원 ▲향후 수술기간을 포함한 입원 기간 31일 동안의 일실이익 213만7915원의 합계 681만2012원 중 70%의 과실상계를 한 204만3603원에서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 99만9000원을 공제한 104만4603원으로 산정한다.

또한 ▲사건의 경위 ▲상해의 부위 및 정도 ▲A씨의 나이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금 5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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