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가 혈관 밖으로 유출돼 응급 치료를 받은 소비자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50대 여성 A씨는 장염이 의심돼 복부 CT 검사를 받기로 했다.

A씨는 CT검사를 위해 조영제 투여를 받던 중, 좌측 손 주사 바늘 삽입 부위에 통증과 부종이 발생해 환부 절개 등의 응급조치를 받고 타 병원으로 전원했다.

구획증후군 진단을 받은 A씨는 근막절개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현재 좌측 손등에 10cm, 손바닥에 9cm 길이의 반흔이 남아 반흔성형술이 필요한 상태다.

구획증후군이란 비슷한 기능의 근육이 무리 지어 존재하는 구획 안에 압력 이상으로 근육, 신경, 혈관이 손상된 것을 말한다.   

A씨는 의료진은 조영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세심히 살피지 않아 조영제가 혈관 외로 유출되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이후에서야 CT 검사를 중단했으며, 이후 손이 부풀어 오르며 괴사되고 있었으나 진통제만 투여한 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해당 부위에 큰 흉터가 남아 향후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므로, 이에 대해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에 병원 측은 조영제 투여 과정 중 혈관 외 유출은 불가피하게 발생 가능한 일반적인 합병증일 뿐 과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조영제 투여 중 통증을 호소해 CT검사를 중단하고 환부 소독, 진통제 투여, 온찜질과 압박붕대를 통한 지혈을 시행하는 등 적절히 조치했고, 단순방사선 검사를 통해 조영제가 고여 있음을 확인해 응급 환부 절개술을 시행한 뒤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이미 지급한 진료비 약 200만 원 외에 위자료 명목으로 300만 원을 지급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으나 A씨가 거부했으므로 A씨의 손해배상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사, 바늘 (출처=PIXABAY)
주사, 바늘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의료진의 조영제 투여 과정 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병원 측은 A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정맥 주사 과정에서 카테터 고정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거나 부적절한 경로로 혈관 천공이 발생해 주사액이 주위 조직으로 누출되는 경우 또는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엔 정맥주사 과정에서 혈관 밖으로 조영제가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

조영제와 같은 고농도의 약물이 혈관 밖으로 유출되면 수포를 형성하고 심각한 조직 손상이나 괴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정맥 주사 과정에서 혈관 외 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료진은 조영제와 같은 약물을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하는 경우, 먼저 적은 양의 피를 역류시켜 보거나 생리식염수 5cc 정도를 주입해 정맥의 상태를 확인한 뒤 혈관 외 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진이 당시 정맥주사 경로 확인을 시행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특히, 손등 부위는 말초 정맥혈관으로 초당 1.5cc 이상을 주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의료진은 위 속도의 2배인 초당 3cc로 주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 A씨 경우와 같이 조영제 주입 펌프(injector)를 사용할 경우 조영제가 혈관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유출되더라도 주입 압력이 유지돼 다량의 조영제가 혈관 밖으로 투여될 수 있어 의료진은 유출 여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진료기록부 상 이와 같은 모니터링을 시행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를 종합하면, 의료진의 조영제 투여 과정상 과실로 인해 상당한 양의 조영제 약물이 혈관 밖으로 유출되면서 해당 부위에 구획증후군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병원 측은 A씨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정맥주사를 통한 약물 투여는 그 자체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고, 조영제의 혈관 외 유출 이후 의료진의 조치는 적절했으며, A씨 혈관 상태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므로 병원 측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한다.

따라서 병원 측은 A씨에게 기왕치료비 및 향후치료비와 일실수입을 합한 금액의 70%인 586만3687원과 위자료 200만 원을 더해 총 786만3000원(1000원 미만 버림)을 지급해야 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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