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저렴하고 구매 절차 간단…"진품 여부, 사후 서비스 꼼꼼히 확인해야"

[컨슈머치 = 윤초롬 기자] 국내 유통시장은 신기하다. 해외 브랜드가 들어오기만 하면 가격이 뻥튀기된다. 해외 브랜드는 그렇다쳐도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마저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비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국인은 호갱님이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호갱'이란 어수룩한 고객을 뜻하는 신조어로 이러한 말은 자조적인 표현인 동시에 ‘더 이상 당하고 있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

최근 ‘직구족’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이상 ‘호갱’이길 거부하는 뿔난 소비자들이 이처럼 해외직구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가운데 언어 등의 이유로 직구가 두려웠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병행수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병행수입이 뭐지?

   
▲ 병행수입이란 같은 상표의 상품을 여러 수입업자가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출처 = 레디코리아)

병행수입이란 같은 상표의 상품을 여러 수입업자가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통상적으로 해외브랜드 상품은 계약을 통해 국내의 총판매대리점을 통해 수입된다. 해외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미 국내에 유통망이 탄탄하게 형성된 총판매대리점을 통해 보다 쉽게 국내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총판매대리점은 경쟁 제품을 수입하지 않는 등의 조건으로 유명 해외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서 독점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렇게 총판매대리점을 통해 정식 수입된 제품은 보통 공식 대리점이나 백화점, 면세점 등을 통해 판매된다.

과거 일본 제품인 캐논카메라를 구매하거나 수리할 때 LG를 통했던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병행수입은 이러한 총판매대리점이 아닌 다른 업체가 해당 브랜드의 명성이나 품질보증을 보존하는 내에서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제품을 수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시 캐논 카메라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LG가 수입할 당시에도 용산이나 남대문 근처에서는 일본에서 직수입된 캐논 카메라를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제품들은 국내에 독점수입된 제품과 거의 흡사하지만 가격은 저렴했다.

▶ 병행수입 제품, 어떻게 구매할까?

병행수입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독점수입제품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70%까지 저렴하다.

   
▲ 독점수입 업체의 판매가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병행수입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출처 = 관세청)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외직구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구매 절차는 국내에 독점수입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큼이나 간편하다. 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도 넓어졌다.

과거에는 영세 업체가 소량의 제품을 들여와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홈쇼핑, 대형 온라인 쇼핑몰 등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며 소비자들이 병행수입을 만나볼 수 있는 경로가 보다 넓어진 것이다.

정부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입 제품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병행수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각 해당부처에서는 통관인증 완화, A/S 강화 등 병행수입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수입부문 경쟁 제고 방안’을 3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병행수입에도 단점은 있다. 독점수입 업체를 통해 제공되는 A/S를 비롯한 사후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가품이 판매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 제품에 부착된 '병행수입물품 통관표지'를 통해 제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관세청)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병행수입에 뛰어든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에서는 자체적으로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지난해 4월 관세청이 내놓은 ‘병행수입 통관인증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일일이 제품을 확인하고 구매하기 어려운 온라인 쇼핑몰도 자체적으로 병행수입 제품을 관리하고 가품일 경우 환불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쇼핑몰은 가품이 판매될 경우 판매가의 200%를 환불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업체들의 노력에도 여전히 가품을 판매하거나 사후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악덕 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 병행수입 전문업체 관계자는 “병행수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손품과 발품을 파는 노력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며 “제품을 구매하기 전 판매 업체가 사후 서비스를 해주는 지, 명품이라면 품질 보증서가 있는지, 반품과 환불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확인해보고 구매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판매하는 업체가 정식 허가된 곳인지, 판매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사무실은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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