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리더십 시험대 올라…"지금은 롯데 최고의 위기"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컨슈머치 = 윤초롬 기자] 롯데그룹이 연이은 악재로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011년 롯데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신 회장은 그동안 신뢰와 윤리 경영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그는 취임식 없이 회장으로서 첫 출근을 했다. 이후 승진 후 처음 참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에서 저렴하면서도 맛좋은 와인들을 내놓으며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내실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모든 임직원에게 경어를 쓰고 두 손으로 명함을 교환하는 등 사람을 중시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러나 줄을 잇는 악재 속에서 그동안 신 회장이 추구하던 경영 방침과 달리 내실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시발은 지난 1월 발생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당시 1억 건이 넘는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롯데카드가 연루됐던 것이다.

현재 롯데카드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에 따라 신규영업은 불가능한 상태지만 이 사건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이 사건이 롯데의 LIG손해보험 인수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IG손해보험 노동조합은 “롯데그룹의 경영능력이 전무하다”며 롯데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납품비리사건도 신 회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본부장과 부문장급 전직 임원이 구속된 가운데 지난 8일엔 검찰이 핵심 요직인 전 영업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롯데측은 이번 사건을 개인 차원으로 선을 긋고 있지만 검찰은 당시 롯데홈쇼핑의 대표이사였던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을 이번 주 내로 소환할 방침이다.

롯데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도 말썽이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던 제2롯데월드 사업은 최근 1년 동안 공사현장에서만 4번의 안전사고가 일어나며 물의를 빚고 있다. 사망한 인원만 2명이다.

지난해 6월에는 거푸집이 추락했고 10월에는 철제 파이프가 파손돼 떨어졌으며 올해 2월에는 용접 보관함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롯데측은 오는 5월 임시개장을 추진해왔다.

그간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의 임시개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롯데측은 입점 회사를 포함시킨 채용박람회 등을 개최하며 조기개장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일 배관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또다시 일어났다.

제2롯데월드 건설이 시작부터 공군 활주로 변경 등 특혜 의혹은 여전하고 주변 일대 교통 혼잡, 석촌 호수 수위저하 논란은 해결도 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임시개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조기개장은 어려워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남 김해에서는 오는 25일 개장 예정이었던 ‘롯데워터파크’가 당초 계획과 달리 개장이 무기한 연장되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김해시와 롯데쇼핑의 해묵은 앙금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롯데쇼핑은 김해관광유통단지 내에 대규모 시설을 건립하며 김해시와 사업장 인근인 율하신도시에 율하복합문화센터 건립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이 ‘노조파괴’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롯데백화점창원 지점의 시설관리 위탁업체인 ‘제이엠피’에 소속된 노동자이자 롯데백화점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35명에게 ‘제이엠피’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종료’ 통보를 한 것이다.

백화점 측은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민주노총은 비슷한 사건이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도 있었다며 이번 통보를 노조 파괴 의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에는 롯데마트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대형마트 3사의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합의해 경쟁업체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당시 롯데마트는 홈플러스, 이마트 등 타 업체와 일말의 상의도 없이 실효성 없는 약속을 했던 것이다.

유통업계는 롯데마트의 돌발 행동이 신동빈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과 깊이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일각에서는 그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던 신 회장의 리더십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동안 외형 확장에 주력하면서 정작 내부 조직 문화엔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롯데가 스스로를 다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를 직접 대하는 사업의 특성상, 기업의 이미지 실추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 사건들이 롯데에 큰 위기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이번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에 대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격노하고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내부 감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곪아있던 제살을 도려내고 제대로 된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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