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 장기화 되나

 

[컨슈머치 = 윤초롬 기자] 롯데홈쇼핑 재직 시절 횡령 및 배임수재 등 비리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롯데쇼핑 신헌 대표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18일 롯데쇼핑은 신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 대표는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유통업계 대표 전문경영인으로 꼽힐 정도로 남다른 능력을 보여왔다.

1979년 롯데쇼핑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그룹의 유통 부문과 함께하며 그간 롯데미도파 대표, 롯데홈쇼핑 대표에 이어 롯데쇼핑의 가장 큰 사업체인 롯데백화점 사장까지 역임했다.

이후 지난해 2월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오르며 롯데그룹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신 대표가 올해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낼 것으로 관측해왔다. 그러나 이번 신 대표의 중도하차로 롯데쇼핑은 다시 새판을 짜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간 ‘현금 부자’라는 명성을 달았던 롯데쇼핑은 최근 공격적으로 해온 사업 확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해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해외사업 성과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부채총액은 약 22조 원에 달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무려 135%에 달하는 액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 관계자는 “차입금 수준이 높고 차입금 축소 조치 이행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점포를 확장하고 있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적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롯데쇼핑이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5%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무려 76.1%나 줄었다.

롯데마트 부진도 한몫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이마트 부문의 비용 증가다.

롯데쇼핑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야심차게 하이마트를 인수했지만 작년 4/4분기에 하이마트가 거둔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292억 원에 머물렀다. 신규점포 출점에 따른 영업초기 비용 때문에 실질적인 이익은 이보다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에는 수백억 원대의 세무조사 추징금을 받아 가뜩이나 열악한 재무구조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5일 국세청은 롯데쇼핑에 세금 탈루 등의 혐의로 600억여 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신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공격경영을 예고했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조 2500억 원을 투자해 복합쇼핑몰, 아울렛, 해외 백화점 등 8개 점포를 신규출점한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해외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롯데쇼핑 해외사업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돼왔다. 해외 첫 점포인 러시아 모스크바점이 7년만인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에서 선양에 대규모 점포를 오픈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었다.

신 대표가 그동안 매달 최소 보름 가량 해외 출장에 나섰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돌연 신 대표가 사퇴함으로써 롯데쇼핑은 사공 없는 배가 됐다.

이에 롯데쇼핑은 빠른 시일 안에 임시주총, 이사회 등 후속 인선 절차를 거쳐 후임 대표 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롯데쇼핑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신 대표의 중도하차로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 대표가 사퇴했다고 당장 사업에 차질이 생길일은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후임 대표를 결정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당초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이 마무리되는 19일 이후 귀국할 예정이었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일정을 앞당겨 지난 17일 귀국했다.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하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신 회장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