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분식회계, 횡령, 배임 등…대규모 회계분식 구조조정 시기 놓쳐

[컨슈머치 = 김은지 기자] 말단 사원으로 출발해 그룹의 총수 자리까지 오른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면서 STX를 설립해 한때 재계 11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지만 3000억 원이 넘는 횡령, 배임 및 2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횡령, 배임, 분식회계, 사기대출 등의 각종 비리를 저지른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변 모 전 STX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이 모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 김 모 전 STX조선해양 CFO, 홍 모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고, 이희범(LG상사 부회장)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과 권 모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상법 위반, 증권거래법 위반 등 모두 7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강 전 회장과 경영진의 범죄 액수는 횡령 557억 원, 배임 2843억 원, 분식회계 2조 5000억여원, 대출사기 9000억 원, 사기적 부정거래 1조 75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지금의 STX는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대주주로 그때의 회사와는 전혀 다른 회사"라고 잘라 말하면서, "현 STX는 새로 조직을 개편했고, 기소된 임원들은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STX그룹은 경기침체 여파로 부실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과 회계분식 등이 누적되면서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졌다. 채권단은 STX그룹 정상화를 위해 10조 원을 이상이 투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부당지원 자금을 상장회사나 자회사로부터 조달하는 바람에 STX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의 유동성이 더욱 악화됐다"며 "STX조선해양의 5년에 걸친 대규모 회계분식으로 막대한 부실이 은폐돼 STX그룹은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고 국민 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끼쳤다"고 분석했다.

앞서 STX중공업은 지난 2월 강 전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자택과 ㈜STX,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건설 등을 압수수색하고 3개월여 동안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한편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강 전 회장이 지난 10년간 횡령한 돈의 사용처를 정밀 추적하면서 강 전 회장이 공무원 등을 관리한 정황이 담긴 선물리스트 내용을 확보해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