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석 기자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컨슈머치 기자는 소비자 분쟁을 취재하면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법, 할부거래법 등을 쉼 없이 들여다보게 된다.

법을 따로 공부한 적 없는 기자는 입사 초기에 여러 법조문을 해석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법조문을 해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렇듯 법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는 성문법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용어 하나에 대한 해석에 따라 법의 의도와 적용이 크게 좌지우지된다. 오역을 막고 의도된 대로 법을 집행하기 위해 한자어 사용도 빈번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취재에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체육시설업, 레저용역업 및 할인회원권업(이하 체육시설업)’을 살펴봤다.

이 기준 4번째 분쟁유형을 보면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제’에 대해 그 해결기준으로 개시일 이후일 경우 ‘취소일까지의 이용 일수 해당금액 공제한 금액 환급 및 총이용금액의 10% 배상’이라 명시돼 있다.

문구를 확인하고 난 후 정확한 ‘해제’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

민법 제548조 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1항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해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민법 제 550조 해지의 효과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계약은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고 명시됐다.

즉, 취소일까지 이용일수에 대한 금액은 공제하고 미래의 계약만 최소된다면 원상회복 의무가 있는 ‘해제’가 아니라, 장래에 대한 효력만 잃는 ‘해지’가 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학원운영업, 평생교육시설운영업(이하 학원운영업)’ 4번째 분쟁유형을 보면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제 및 해지’라며 두 용어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보다 명확한 학원운영업의 경우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로 특별법으로 제정됐으며 이 특별법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허나 ‘체육시설업’은 관련 특별법이 제정돼 있지 않았다.

학원 관련 문제는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이며, 체육시설업 관련 문제는 비교적 민감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개개인의 입장에서 업체와의 분쟁은 경중을 가릴 수 없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에 발생한 분쟁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민법 등 일반법에 비해 더 세밀하게 소비활동 간 업종 별 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본문 그대로 '원활한 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을 제시해야한다.

하지만 기준이 애매하고 성의없는 용어 사용으로 혼란을 초래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적어도 ‘해제’와 ‘해지’정도 용어 사용은 전문성을 떠나 성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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