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상청 예보 변경후 천연가스도 급락세…"푸틴 견제"때문 분석 설득력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 국제유가가 드디어 40달러대로 추락했다. 6일(이하 현지시간) 종가는 배럴당 47.93달러로 전날의 50.04달러에 비해 2.11달러 4.22%나 급락했다.

이정도 속도라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싸였던 2008년과 크게 다를게 없다.

2008년 7월4일만 해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브렌트유등 모든 유종이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나 8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면서 급락하기 시작, 그해 12월31일엔 모든 유종이 36달러선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국제유가도 지난해 6월20일 106.83달러였으나 6개월여만인 6일엔 47달러선으로 후퇴했으며 지금도 하락이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때나 지금이나 '도찐개찐'이다.

문제는 2008년 당시엔 미국의 금융위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때와는 정반대다. 올초 미국은 사상최초로 다우지수가 1만8000대를 넘어서는 등 미국 경제가 여전히 호황국면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급락은 얼핏 수긍이 가지 않는 것.

오일 가격이 하락할때 OPEC는 통상적으로 감산을 해왔기 때문에 지난해 11월 열린 OPEC회의에서도 감산 결정이 이뤄져야 했지만 현실은 그리되지 않았다.

그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내려도 사우디 장관은 여전히 "감산없다"였다. 이젠 40달러선까지 떨어졌으며 항간에는 풋옵션 수요를 근거로 20달러선까지 회자되고 있다.

표면적으론 어느 나라든 더한 손해를 감수하고 먼저 감산을 해야만 유가하락세가 진정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겨울 수요 맞은 천연가스도 이상 동반 급락세

석유때문에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천연가스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천연가스는 겨울철 난방 수요를 앞두고 12월과 1월에는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천연가스 가격도 급격하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6일 천연가스는 MMBtu(100만 파운드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6일 2.9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20일 4.61달러에 비해 무려 36.4%나 폭락한 것이다. 겨울난방 수요가 끝무렵에 이르렀던 지난해 겨울 2월19일의 MMBtu당 6.14달러에 비해선 반값도 안된다.

사실 미국 기상청이 당초 올겨울 추울것이라는 기상 전망을 바꿔 미국 전역의 기온이 평온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최근 한달여간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 표면적 이유이다.

슈퍼컴퓨터가 갑자기 기상 전망을 바꾼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지만 아무튼 전망 수정을 이유로 천연가스 역시 유가와 동반 추락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요약하면 첫째 사우디 아라비아의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 도태시키기이며 둘째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다. 마지막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의 러시아 제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첫번째 이유론 최근의 하락세를 설명하는 것으로 조금 부족해 보인다. 셰일가스 업체들의 평균 생산 비용은 배럴당 50~60달러 선이라는 분석이 대세였는데 이미 유가는 이들 가격 이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물론 저유가가 오래 지속돼야 확실하게 셰일업체를 도태시킬수 있다는 점에선 아직 이 기조가 지속될수 있겠지만 이미 평균 생산비용을 하회한 마당에 이 이유만으로 선물시장의 속성상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중국 경제 침체도 한 몫

그러나 두번째 요인과 세번째 요인은 해결이 쉽지 않아 이들 요인만 생각한다면 국제유가 반등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 할 전망이다.

일단 오는 25일 있을 그리스 대통령선거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좌파 정당 시리자가 정권을 잡을 것으로 보여 유로존 위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유로 경기가 상당기간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이고 있어 급기야는 유럽중앙은행 드라기 총재가 양적완화를 시사하는 단계까지 내몰렸다. 결과는 당연히 유로화등 유럽 통화의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시장이 세계경기의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중국도 성장동력이 떨어진 마당에 홀로 호황을 지속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에너지값 진짜 하락 원인은 푸틴 때문?

국제유가의 근본적 부정적 요인은 17년이란 오랜 기간 KGB에서 근무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야망과 관련된 국제적 역학관계이다.

은둔의 인물이었던 푸틴 대통령이 어느날 보리스 옐친을 밀어내고 2000년대 초 두번 대통령직을 연임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메드베네프 대통령을 내세워 임기 2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헌법을 개정하곤 지난 2012년 6년 임기의 대통령에 다시 취임했다.

이로써 푸틴은 오는 2018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고 연임하게 되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된다.

사실 푸틴은 처음부터 러시아국민들에게 자신에게 20년의 시한만 달라고 했다. 그러면 예전의 소련처럼 강대국으로 부활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다.

때마침 푸틴 집권후 석유와 천연가스등 에너지값 상승으로 러시아는 1인당 GDP가 1만5000달러 가까이 급상승할 정도로 부의 성장을 일궈냈다.

러시아 국민들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이전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됐다. 예전엔 1인당 GDP가 2000달러 미만이었으니 러시아 국민의 푸틴 지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푸틴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 소련 국가들을 중심으로 독립국가 연합체제를 구상 중이다.

이런 푸틴 앞에 걸림돌이 생겼다. 친유럽파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럽연합과 긴밀한 협정을 맺으려 한다.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으로 유럽에 합류하면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나가는 통로인 우크라이나 자치공화국인 크림반도를 잃고 자원국인 우크라이나도 잃게 된다. 나아가 크림반도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푸틴으로선 우크라이나를 절대 잃을수 없다. 그래서 여러 무리수가 나오게 된다.

▶푸틴, 크림반도 합병 서방 강력 반발 초래 

푸틴은 지난해 3월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점령한 상태에서 같은해 4월 선거를 치르게하고 우크라이나 자치공화국인 크림반도만 떼내 주민 찬성을 빌미로 러시아와 합병했으며 친유럽파인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대항해 푸틴은 우크라이나 반군을 계속 지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엔 말레이시아항공기를 우크라이나 반군이 떨어뜨리는 악수도 나왔다.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애착은 이미 나이팅게일로 유명한 19세기 크림전쟁에서도 알수 있다. 물론 이때도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을 받은 오스만제국에 패했다.

이런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합병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자극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후 미국은 여러 제재를 내놓았지만 푸틴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푸틴은 이미 자국내 언론에 대해선 통제와 제재를 일삼아 푸틴 비판 언론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국내 배경을 바탕으로 푸틴은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푸틴은 최근에는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추진하는 중국과 손잡고 있다. 지난해에만 시진핑 주석과 5번이나 만났다. 중국도 장기적으론 석유에 대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금본위제가 중요하다. 금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면 당연히 공신력이 있게 되니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가지는데 별무리가 없으므로 중국은 금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이런 밀월관계를 고운 시선으로 볼리 없다.

사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제2의 산유국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석유 결제 통화를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선언한후 오비이락일지 모르겠지만 생화학 무기 저지 등의 명분아래 조지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초래했다.

결국 사담후세인은 그해 국제사법재판소가 아닌, 미국이 지원하는 이라크 정부 아래서 일사천리로 재판이 진행돼 수개월만에 사형판결을 받았으며 판결후 4일만에 처형이 집행됐다.

사담 후세인은 원래 미국의 지원으로 이라크 왕정을 몰아내고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었지만 결국 최후는 미국의 손에 의해 끝났다.

▶ "러시아 돈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내려라?"

그만큼 미국으로선 페트로 달러 유지가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유지를 위한 절체절명의 지상과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중국과 협력하고 있으니 미국으로선 당연히 눈엣가시가 될수 밖에 없다. 어떡하든 푸틴을 항복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이상 미루기도 어렵게 됐다.

뾰족한 수가 없는 미국으로선 러시아의 경제 원동력인 오일과 천연가스의 가격을 내리고 싶어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들 에너지값이 내리면 소비로 굴러가는 나라, 달러를 찍어내 굴러가는 나라인 미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사우디 역시 미국의 셰일업체를 도태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있으니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예상대로 러시아는 여러위기에 봉착해있다. 재정은 파탄 직전에 있으며 루블화는 크게 떨어졌다. 최근 루블화 폭락위기는 진정됐지만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화약고이다.

이런 국제정세하에서 유가와 천연가스값이 오를리 있을까.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급락과 천연가스의 이상 급락이 단순히 공급 초과와 기상 예보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미국이 직접 유가를 조정한다는 증거도 없고 오로지 필자만의 생각일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돈줄이요 생명줄인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내리는 것만이 푸틴을 굴복시킬 유일한 수단이라는 생각은 단지 필자만의 가설이나 영화의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이 가정이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면 에너지가격은 기술적 반등만 있을 뿐이요 하락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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