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③] 민법 '소비자가 안날로부터 6월내 환불 교환 가능'…'판매자 담보책임' 명시

독과점 자본주의의 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위해 20세기 들어 관련 법령들이 많이 제정됐습니다.

이들 법령이 소비자 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품질경영에 매진하게 만들어주고 이는 다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준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대와 문화가 변하고 관련 제도가 바뀌면서 소비자법령 중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 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어떤 법령은 소비자 보다는 사업자 보호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는 연중기획 시리즈 '소비자 법령 돋보기'를 통해 상위법을 거스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 등 문제가 되고 있는 소비자 법령들에 대해 세밀히 고찰하고자 합니다. 컨슈머치는 이들 법령에 대해선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낸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에 입각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비자법령을 제대로 아는 스마트 컨슈머가 늘어날수록 기업과 소비자에 모두 득이 된다는 믿음 아래 연중기획 시리즈를 게재할 예정이오니 독자 여러분의 지도편달을 적극적으로 구합니다.

<편집자 주>

(사례1)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사는 A씨는 지난해 9월 86인치 UHD TV를 1,600만 원에 구입해서 시청하다가 유럽출장을 다녀왔다. 

수주일 만에 귀국한 A씨는 전원에 문제가 생겨 TV를 켤수가 없었다. A씨는 한달여만에 고가 TV가 문제 생겨 불만이었지만 그냥 무상수리를 받기로 했다.

수리후 두 달여만에 같은 고장을 일으키면서 A씨는 교환을 요구했으나 업체측은 교환을 거절했다.

업체 AS 담당기사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규정상 구입 한달후부터 품질보증기간 이내에는 성능 기능상의 동일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하였으나 하자가 재발하는 경우에만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므로 앞으로 같은 고장이 한번 더 나야 교환해주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례2)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사는 B씨는 지난해 3월 전문가용 DSLR 카메라를 300여만 원에 구입했으나 두달여만에 초점을 인식 못하는 하자가 발생해 제조사 AS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그 카메라는 수리 후 한달여만에 배터리가 자꾸 방전되자 해당업체에 재수리를 의뢰했다.

지난해 11월 제주도 여행을 갔던 B씨는 이번엔 아예 카메라 전원이 켜지지 않는 황당한 경험을 했으며
B씨는 부산에 오자마자 업체에 교환을 요구했으나 업체측은 교환을 거절, 결국 무료 수리로 만족해야했다.

올들어 지난 15일 다시 초점이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자 참다못한 B씨는 거세게 교환을 요구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업체 측이 내세운 근거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성능 기능상의 동일 하자에 대해 2회이상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하는 경우 또는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하는 경우에 교환이 가능하다"는 규정이었다.

동일하자가 두번 나서 수리를 마친후 세번째 같은 고장이 나거나 다른 부위 하자가 돌아가면서 4번 고장나서 수리를 마쳤는데 5번째 또 고장이 나야만 수리가 가능한데 B씨는 공교롭게도 각각의 고장 횟수 요건이 1회씩 부족했던 것.

B씨는 "고가 카메라가 1년도 안돼 큰 고장이 4번이나 났는데 교환이나 환불이 안되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러다가 구입한지 1년이 되는 3월 이후엔 고장 날때마다 큰 돈을 들여서 고쳐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뜻있는 소비자들에 의해 자주 성토되고 있다.

컨슈머치에 제보했던 소비자 중 상당수는 "품질보증기간내에 1~4회 가량의 성능 기능상의 중요한 하자가 있으면 무조건 교환해줘야 되는게 마땅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소비자는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소비자를 보호하는게 아니라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소비자 보호면에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민법 규정보다 높은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가전제품, 사무용기기, 전기통신기자재, 시계, 재봉기, 광학제품, 아동용품'등 30개 품목에 대해서 품질 보증기간을 대부분 1년(계절상품은 2년 등 예외 있음)으로 하고 있다.

이들 30개 품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동차나 가구 등을 제외하고 웬만한 제품은 우리 실생활과 관련있는 제품이어서 이 규정의 여파는 매우 크다고 할수 있다.

이들 30개 품목은 품질보증기간내에 하자가 있을 경우 구입 후 경과 기간에 따라 보상방법을 달리하고 있는데 구입후 10일 이내 성능ㆍ기능 상의 하자시 환급 또는 교환, 한달이내에는 교환을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구입 한달 후 하자이다.

이 경우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동일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하는 경우 또는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하는 경우 수리 불가능한 것으로 봄'으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같은 고장은 3번, 서로 다른 부위 고장은 5번 나야 바꿔준다는 것으로 이 규정에 충실할 경우 소비자는 교환 전에 스트레스로 먼저 쓰러질 판이다.

게다가 품질보증기간내엔 무상수리라고 하지만 수리에 따른 소비자의 시간적 금전적 손실에 대해선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제품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손해 역시 보상받기 어렵다.

오로지 1년내에 최대 5회까지 중요 하자가 발생해야만 교환이 가능한게 현실이다.

이는 민법 규정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민법 제581조에는 종류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에는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계약해제(환불),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손해배상이 가능하며 계약해제나 손해배상 대신 완전물급부(교환)청구가 가능함을 명문화하고 있다.

같은 법 582조에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물건에 단 1회라도 하자가 있으면 설사 품질 보증기간을 지났다 할지라도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요구하거나 교환을 요구할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으론 예컨대 횟수요건에 미달하거나 소비자가 하자사실을 안 시점이 품질보증기간이 지나버렸다면 교환이나 환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법 내용이 충돌할 경우 우선 적용 순서에는 구법보다는 신법, 일반법보다는 특별법이 우선이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법령이 아닌, 단순한 훈령 고시일 뿐이어서 우선 적용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즉 민법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충돌하고 있을때에는 당연히 민법이 우선이며 민법에 어긋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즉시 개정돼야 한다.

이와 관련 본지 고문 음장복 변호사는 "민법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상치한다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해서 괴리를 없애야 한다"면서 "불합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공정위 소비자정책과 임수환 사무관은 "민법이 일반적인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기업간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소비자와 기업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반대쪽에서 이 기준을 따르려고 하지 않고 바로 소송에 임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꼭 개정을 하겠다면 사업자, 소비자단체는 물론 유관기관들의 의견까지 수렴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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