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64조는 강행규정…"소비자분쟁해결기준 10% 미지급규정" 문제 지적

[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소비자들은 흔히 자신이 들고 있는 상품권이나 모바일 기프티콘의 유효기간이 지났을 경우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나 사업자가 제시한 유효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기자도 3년여전에 L그룹 계열사 상품권을 들고 같은 그룹사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해당직원은 당연히 "1년인 유효기간이 지났으므로 사용이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기자는 해당 지점장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보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던 그 직원은 지점장에게 확인 후 죄송하다며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왜 그 직원은 태도가 금세 바뀌었을까.

▲ 기프티콘 관련 한 사이트에는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권의 경우 90%까지 환불가능하다는 약관을 고지하고 있다. 이는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규정에 의한 것인데 이는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라는 상법 규정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상법 제64조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는 규정때문이다.

상행위로 인한 채권, 즉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며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다른 법률이나 명령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당사자간 특약에 의하더라도 이보다 짧은 기간으로 계약할 수는 없다.

상법은 거래 쌍방 중 한 사람만 상인이어도 상법이 적용된다(상법 제3조 '당사자 중 그 1인의 행위가 상행위인 때에는 전원에 대하여 본법을 적용한다').

거래 쌍방 모두가 상인이 아니면 이때는 민법이 적용돼 민사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이 적용된다(민법 제162조).

기업은 물론 음식점ㆍ헤어숍 등 서비스 제공자도 업(業)으로 하는 한 당연히 상인이며 상인이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모든 채권은 명칭이 뭣이든 상사채권이다.

이들 상인이 발행하는 상품권 기프티콘 등의 유효기간은 5년이며 특약으로 이보다 짧은 기간을 제시하거나 약속했다 하더라도 효력이 없음은 위에서 살핀대로다.

따라서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1년이라 하더라도 4년은 더 사용할수 있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상품권 규정이 상법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해결기준에 따르면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경과했으나 상사채권 소멸시효(5년)이내인 상품권의 경우 (발행 상인은) 권면금액의 100분의 90에 해당하는 현금, 물품 또는 용역의 상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유효기간 내에는 상품권에 쓰인 금액(권면금액)의 100% 사용이 가능하지만 유효기간은 지났지만 아직 5년이 안된 경우는 권면금액의 90%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소비자는 위약금조로 10%를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이 기준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유효기간이 지나버리면 90% 환불만 가능하다는 약관을 정하고 있다.

실제로 SK플래닛이 운영하는 기프티콘(www.gifticon.com)사이트 역시 운영 약관에 유효기간이 지나면 90% 금액에 대해서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고지하고 있다.

사실 상사채권의 5년 소멸시효 규정은 5년이 지나지 않으면 유효하다는 뜻으로 이는 100% 사용가능함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법체계상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장관령등 명령보다 하위 단계인 고시에 불과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명령보다 상위인 상법이란 법률을 일부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소비자로서는 10%가 작은 금액일수도 있지만 큰 금액 상품권이거나 전체 거래금액등에 비춰볼때 10%는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금액의 대소 여부를 떠나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상법을 거스르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공정위 소비자정책과 임수환 사무관은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오히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으로 인해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경과했다 하더라도 5년(소멸시효) 내에는 90%까지 상환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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