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거래ㆍ부채전가 도 넘은 횡포…재승인 앞두고 '솜방망이' 처벌 지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TV홈쇼핑 업체 6곳이 무더기 행정조치 받은 가운데 과징금 규모가 예상보다 현저히 적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 이하 공정위)는 6개 TV홈쇼핑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최초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43억6,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개 업체 중 CJ오쇼핑이 가장 많은 액수인 46억2,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으며,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은 각각 37억4200만 원, 29억9,0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공정위가 이번 제재내용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즉시 통보해 오는 4월 실시 예정인 TV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밝힘에 따라 당장 재승인 심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홈쇼핑 업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납품업체에 대한 갑(甲)질로 악명 높은 홈쇼핑 업계 백태

   
 

CJ오쇼핑은 납품업자들에게 방송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으며, 판촉비용 56억5,800만 원을 부당 전가했을 뿐 아니라 방송 중 소비자들에게 판매수수료율이 높은 모바일 주문으로 유도함으로써 납품업자들에게 수많은 불이익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GS홈쇼핑은 매출실적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7,200만 원을 부당 수취했고, 상품판매대금을 정산하면서 당초 약정 수수료보다 높게 적용해 15억8,000만 원 추가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당한 경영정보까지 요구하는 등 도 넘은 행위를 숱하게 일삼았다.

이 외에도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등 다수 업체가 납품업자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6개 홈쇼핑 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방송계약서 미교부 또는 지연교부 ▲판매촉진비용 부당 전가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수수료 수취방법 변경 등 불이익 제공 ▲모바일주문 유도를 통한 수수료 불이익 제공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상품판매대금 등의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 등을 지적했다.

힘없는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는 TV홈쇼핑 업체들의 혹독한 갑의 횡포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과거 드러난 홈쇼핑 업체의 비리 행태는 천태만상이다. 비리를 저지른 홈쇼핑 관계자들은 뒷돈 거래를 위해 아들이나 아버지 등 직계가족 및 친인척뿐만 아니라 전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했다.

또 유명 화가 그림과 고급 승용차를 챙겼고 뇌물 통장이나 주식 정보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대가를 받았다.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300만 원씩 생활비를 부쳐달라고 요구하거나 부친이 도박을 하다가 진 빚 1억5,000만 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횡포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홈쇼핑 납품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중소기업 대부분은 TV유통 채널 확보가 제품 홍보 및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홈쇼핑 업체를 상대로 절대적으로 ‘을’ 입장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TV홈쇼핑 업체들의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요구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다 들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구조적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검찰 미고발…과징금도 예상보다 적어 ‘솜방망이’ 처벌 지적

   
 

공정위는 TV홈쇼핑 사가 취득한 경영정보를 바탕으로 납품업자에게 마진율 인상을 요구하는 등 실제로 납품업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행위의 경우 대규모유통업 법상 검찰 고발이 가능함에도 공정위의 처벌이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예상보다 적은 과징금이 부과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검찰 미고발 사유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TV홈쇼핑 사의 납품업자에 대한 경영정보 요구 시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등 강제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본건과 유사한 기존 심결례에서도 고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간사 우상호 의원은 30일 "미래부는 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 과정에 홈쇼핑 업체들의 법 위반 사항을 적극 반영해 악덕 갑질 사업자를 과감히 잘라내는 특단의 초치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TV홈쇼핑 업체들이 국민 재산인 전파를 이용, 각종 위법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행태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 불리울만 하다"며 "이번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해당 업체들을 단호히 엄벌해 TV홈쇼핑업계의 썩은 풍토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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