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화'된 대한민국 저임금 노동문제 지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현재 우리 사회에 ‘시급 1만 원’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 소금보다 더 짠 시급, 맥도날드 알바시급 (자료출처: 알바노조 홈페이지)

지난달 28일 전국 아르바이트노조(이하 알바노조, 위원장 구교현)가 서울 도심가 맥도날드 매장 3곳을 잇달아 찾아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시급 1만 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2월 7일 1차 점거 시위 이후 2번째로 진행 된 시위였다.

최근 열정페이, 알바몬 광고 논란 등으로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의 열악한 처우와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을(乙)들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왜 맥도날드인가? 

맥도날드 홍제점과 종로2가점을 차례로 점거한 알바노조는 30분 동안 각자 준비한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번 시위는 1차 때보다 참여 노조원의 수를 더욱 늘리고 맥도날드 매장 중에서도 매출 규모 등 파급효과가 큰 곳을 선택해 대중의 주목도를 높였다.

알바노조 측은 이 날 시위를 통해 “알바 시급을 1만 원으로 인상하고,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맥도날드 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맥도날드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직원을 무조건 알바로만 채용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알바노조는 우리사회 요식업계 프랜차이즈 운영시스템 전반이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돼 있다며 맥도날드의 변화로 저임금 아르바이트 노동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2월 7일, 알바노조 1차 시위 (자료출처: 알바노조 홈페이지)
   
▲ 3월 28일, 알바노조 2차 시위 (자료출처: 알바노조 홈페이지)

연이은 기습 시위에도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던 맥도날드도 결국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한국 맥도날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크루(crew·시간제 직원)의 93%가 평균 7,000원에서 9,000원 이상의 시급을 받고 있다. 또한 본사 일반 사무직과 동일하게 4대 보험(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퇴직금, 학비지원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맥도날드는 “크루 중 학생이나 주부의 비율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유연근무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많은 전‧현직 크루들이 맥도날드에 대해 꿀알바, 착한알바라고 부르며 만족하고 있다”며 “전직 크루 한 명을 회사 측에서 부당해고 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으로, 지난 5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전 크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기각됐고 회사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바노조 관계자는 “글로벌 대기업 맥도날드의 시급은 정확히 대한민국 최저임금이며 몇 년을 일해도 시급이 오르지 않는다. 5년 동안 기본급이 고작 100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맥도날드는 최저임금만 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기본시급에 주휴‧야간‧연장 등 각종 수당까지 합친 금액을 공식 시급이라 밝히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또한 맥도날드 본사에선 90%의 알바가 시급 7,000에서 9,000원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야간 라이더들에게만 한정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알바생 시급 1만 원은 불가능? 이케아 “되는데요?”

맥도날드의 최저시급 문제가 한창 시끄러운 가운데 또 다른 글로벌기업 이케아의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국적 가구공룡이라는 명성에 걸 맞는 공룡급 시급 ‘1만 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높은 임금 수준으로 최저임금 5,580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채용 조건도 특별히 까다롭지 않다. 모집연령은 20세에서 48세까지이며, 성별 및 학력 무관이다. 근무 시간은 하루 8시간을 넘지 않으며 야근수당도 따로 지급된다.

   
▲ 시급 1만 원을 제시한 이케아의 아르바이트 공고

높은 시급 뿐 아니라 복리후생 역시 남다르다. 4대 보험 외에도 퇴직금, 경조사, 연차, 출산‧육아휴직 제도, 직원할인 등 이용할 수 있으며 직장 내 운영되는 어린이집도 이용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조건일지 모르지만 많은 업체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의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본 대학생 윤 모(27.남)씨는 “경쟁이 치열해 뽑히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일각에선 이케아의 근무강도가 세서 시급 1만 원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만큼 힘든 일을 시키고도 최저시급조차 주지 않는 곳이 많은 것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케아는 되는 것이 왜 다른 대기업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케아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시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미국 맥도날드 결국 백기 흔들어…시급 9.9달러로 인상 결정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급 문제로 진통을 앓던 미국 맥도날드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 1일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직원 9만 여명의 시급을 기존 보다 10% 높은 9.9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15달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에 이어 맥도날드가 자신들의 시급이 낮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미국, 맥도날드 시급 인상 결정

맥도날드는 직영매장에서 1년 이상 일한 직원들에게는 연간 5일까지의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주당 평균 20시간을 일한 직원들은 연간 20시간의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직영매장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고등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맥도날드의 시급 인상이 결정된 가운데 알바노조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한국맥도날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알바노조는 4월 15일 국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공동행동을 시작으로,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맥도날드 알바데이, 6월 내 전국 맥도날드 매장 게릴라 시위 등 향후 다양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어 한국맥도날드와의 충돌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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