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거부’, ‘대리점 밀어내기’, ‘특허 소송’ 등 연이은 논란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최근 귀뚜라미보일러 '세계 최초 4번 타는 보일러' 광고가 거짓광고로 제재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귀뚜라미그룹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962년 창립부터 귀뚜라미그룹을 이끌어 온 최진민 명예회장은 지금까지도 운전기사 없이 손수 차량을 운전하는가 하면 자사 골프장인 한탄강CC의 조경수를 직접 관리할 정도로 소탈하고 검소한 경영인으로 알려졌다.

그가 고집스럽게 키워 온 귀뚜라미그룹은 50여년 무차입경영을 바탕으로 풍부한 현금 보유와 동시에 낮은 부채 비율로 내실있고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최근 여론의 주목 속에 수면 아래에 있던 귀뚜라미그룹의 ‘중소기업 죽이기 논란’, ‘대리점 밀어내기 의혹’, ‘특허 소송’ 등 여러 화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상생은 뒷전’ 귀뚜라미보일러

최근 국내 중소 펠릿보일러업체들이 중소기업 밥 그릇 뺏기에 열중하는 ㈜귀뚜라미(대표 이종기)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과 11일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는 펠릿협회 회원사와 ㈜넥스트에너지코리아, ㈜일도바이오테크, ㈜규원테크, 한국비엔텍㈜, ㈜인터바이오, ㈜쌍마기계, ㈜에코프론트 등 중소 펠릿업체들이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이 시위는 오는 16~18일에 산림청 청사로 자리를 옮겨 이어질 계획이다.

   
▲ 최근 신재생에너지의 일환으로 각광받고 있는 목재팰릿 연료

펠릿보일러는 목재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톱밥을 건조해 기둥 모양으로 가공한 펠릿을 연료로 하는 보일러로, 열효율이 높아 난방비를 크게 절감하는 효과로 신재생에너지의 일환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100억 원 규모의 작은 시장을 이루고 있다.

펠릿보일러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중 하나인 경동나비엔은 상생의 취지를 받아들여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지만 ㈜귀뚜라미는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수용불가’ 방침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하지만 후발주자로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속수무책이던 중소기업들은 지난 2013년 9월 동반성장위원회에 펠릿보일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했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80년대 기름보일러 시장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해 현재의 대기업까지 키워 온 ㈜귀뚜라미의 이러한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귀뚜라미는 오히려 대리점 공급가격 인하, 반값 시판 등 시장 독점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150년이나 된 ‘4번 타는 보일러’ 세계 최초로 둔갑시켜

이에 앞서 귀뚜라미그룹은 소비자를 우롱해 비난을 받았다. ‘4번 타는 보일러’는 귀뚜라미가 처음인 줄로 굳게 믿던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최초라던 이 기술은 이미 150년 전에 개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제품 성능 등을 거짓으로 광고해 시장을 왜곡한 행위로 ㈜귀뚜라미 및 ㈜귀뚜라미홈시스(대표 변은석)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 공정위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광고 문구(출처=공정거래위원회)

해당 업체들은 객관적인 근거없이 자사 제품에 ‘세계 최초’, ‘세계 최대’, ‘국내 처음’ 등의 표현을 사용해 거짓・과장 광고로 적발됐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약 150년 전부터 사용돼 온 ‘4PASS 열교환기’에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콘덴싱 보일러’, ‘펠릿 보일러’ 등에도 ‘최초’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일러의 성능이나 생산 규모에 대해서 ‘세계 최대 보일러 회사’, ‘국내최고 효율’,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보일러로 인정’ 등의 문구를 객관적인 근거없이 사용했다.

공정위는 총 19개 문구에 대해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거짓·과장광고)’를 적용해 해당 업체에게 행위금지명령인 시정 조치가 내려졌다.

▶연구직원·대리점주 상대 ‘갑질’…특허 독식·대리점 밀어내기 

이 뿐만 아니다. 연구원들의 특허 관련 소송은 물론 대리점주들의 공정위에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소까지 이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 그룹 내 기술연구소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연구원들이 귀뚜라미그룹을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알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연구원들은 귀뚜라미그룹이 발명한 특허를 적용해 보일러 등의 제작·판매로 연간 2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기술개발 과정에서 발명한 특허를 총수 일가가 무단 등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사인 경동나비엔과 린나이보일러의 경우 수 백건의 특허실용신안을 개인이 아닌 법인명의로 보유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귀뚜라미홈시스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 점주들은 본사의 ▲제품 밀어내기, ▲반품 거절, ▲무상서비스 강요 등 귀뚜라미그룹의 횡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제소했다.

중소기업 죽이기, 소비자 기만, 특허 독식과 갑질까지 귀뚜라미그룹의 최근 논란은 대기업이 보여줄 수 있는 비윤리적 행태의 종합선물세트다. 최 회장이 공들여 만들어 온 귀뚜라미의 이면에 어떤 단면이 더 숨어있을지 새삼 주목하는 눈이 많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