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듣기만 해도 신물이 날 정도로 지겨워진 단어가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갑질’이다.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가하는 불공정 행위를 뜻한다. 갑을관계를 뜻하는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 '질'이 붙어 만들어진 단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당장 인터넷에 ‘갑질’이라는 단어를 치면 하루에도 수 십 개의 기사와 글들이 올라온다. 기사화 되지 않는 소소한(?) 갑질까지 더해지면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불공정 행위가 횡행하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TV홈쇼핑 업체 6곳이 공정위로부터 무더기 행정조치 받는 일이 일어났다. 이들 홈쇼핑 업체들은 납품업자들에게 방송계약서를 교부하지 않는 것은 다반사고 판촉비용으로 수십억 원의 비용을 부당 전가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매출실적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부당한 금액을 요구하고, 상품판매대금을 정산하면서 당초 약정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 여기에 부당한 경영정보까지 요구하는 등 도 넘은 행위를 숱하게 일삼았다.

갑질하는 대기업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TV홈쇼핑 업체들의 갑질은 나름 역사와 전통이 깊다. 한마디로 상습범들이라는 이야기. 그들이 납품업자들에게 행했다는 불공정한 요구사항들을 들어보면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상상초월이다.

과거 비리를 저지른 홈쇼핑 관계자들은 뒷돈 거래를 위해 아들이나 아버지 등 직계가족 및 친인척뿐만 아니라 전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생활비를 부쳐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부친의 도박 빚을 떠넘긴 일도 있다. 듣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추잡한 일들을 행해온 것. 괜히 홈쇼핑 업체들이 ‘갑질종합세트’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번 공정위 적발로 홈쇼핑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정위가 CJ오쇼핑, 롯데홈쇼핑 등 6개 TV홈쇼핑사의 제재 내용을 미래창조과학부에 통보해 올해 4월 중 실시 예정인 TV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의 이번 갑질 사건이 다음주로 임박한 홈쇼핑 재승인 심사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내심 주목해본다.

갑질 없는 세상에도 살고 싶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갑질을 일삼으면 응당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되는 그런 공정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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