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 비용 구입가의 40%이상…한국소비자원 "정해진 기준 없어"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최근 무선청소기 배터리 교체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배터리 관련 기준이 없어 관련 소비자 피해는 계속될 전망이다.

▶38만 원 ‘무선청소기’ 배터리만 17만 원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소비자 하 모씨는 컨슈머치에 과도한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해 제보했다.

일렉트로룩스 파워무선 청소기 울트라파워 플러스(ZB5012)를 구입한 하 씨는 사용 10개월만에 작동하지 않아 A/S를 맡겼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고 비용을 안내받았다.

교체 비용은 자그마치 16만9,000원이었다. 이 금액은 하 씨가 당초 청소기를 구입한 38만 원에 비하면 45%가량 되는 액수다.

   
▲ 일렉트로룩스 상품설명

하 씨는 “기존에 사용하던 무선청소기가 수명이 짧아 배터리만 교체가 가능한 이 제품을 구매했다”며 “때문에 청소기 치고는 비싼 40만 원에 구입했는데 해마다 17만 원씩 주고 배터리 교체해야 한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수리를 맡기면서 A/S기사가 하는 말이 '배터리를 잘 써야 1년에서 1년반'이라고 하더라”며 “구입할 때 배터리 수명이나. 교체 비용 등 설명은 일체 없었는데 이제와서 17만 원을 내야 한다니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제보 당일 SBS<모닝와이드>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방송했다.방송에 따르면 무선청소기의 배터리 교체 비용은 제보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 무선청소기 인터넷 최저가 및 배터리 교체비용(출처=SBS방송캡처)

시중에서 판매하는 무선청소기의 인터넷 최저가와 해당 제품의 배터리 교체 비용을 비교한 결과 비교 대상인 3개 제품 모두 배터리 교체 비용이 제품 구입가의 40%를 넘었다.

일렉트로룩스 관계자는 “해당모델은 고사양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으로 할인 전 가격이 50만 원에 육박하는 제품"이라며 정상가를 적용했을 때 16만9,000원은 제품가의 30% 정도로 비싼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배터리 보증기간 6개월? 어디서 나온 기준?

청소기를 채 1년도 사용하지 않은 하 씨가 배터리 교체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할까.

업체 측에 따르면 배터리는 소모품으로서 품질보증기간이 6개월에 불과해 이미 10개월을 사용한 하 씨가청소기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체비용 16만9,000원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경우 품질 보증기간은 1년이며 이 기간내에 발생한 하자는 무상수리 대상이다.

   
▲ 일렉트로룩스 품질보증서(출처=제보자)
   
▲ 소비자분쟁해결기준 품질보증기간

완제품 이외에 부품별로 나눠서 품질보증기간을 따로 정한 경우가 있는데 예를들면 컴퓨터 마더보드 등 핵심부품은 2년 이상으로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특정 부품을 품질보증기간 이내보다 짧게 정한 경우는 없다.

게다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별도의 기간을 정하지 않은 품목의 경우엔 1년이라고 못 박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안에서 배터리 품질보증기간이 6개월이라고 명시한 부분은 없다.

일렉트로룩스 관계자는 “국내 판매를 시작하면서 배터리는 별도 기준이 없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기준을 따랐다”며 “6개월을 둔 이유는 불량배터리일 경우를 대비해 정한 기간으로 제품 사용이 빈번하지 않은 고객을 위한 기간이다”라고 해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장 일반적인 예인 휴대전화를 포함해 전 업계가 배터리는 6개월의 보증기간을 두고 있다”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상에는 배터리에 관련 기준이 없어 새롭게 검토되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업체가 정한 가격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일렉트로룩스는 1912년 세계 최초 가정용 진공청소기를 출시한 스웨덴 기업으로 지난해 미국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인수하는 등 세계 가전업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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