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변경죄 무죄…5개월간 구금생활 등 고려해 결정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땅콩회항’ 사건으로 지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2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기소된 혐의 중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이 유죄로 판단됐다.

가장 쟁점이 됐던 항로변경죄에 대한 무죄 판결이 집행유예 선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1심에서는 항로변경죄가 인정돼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항로는 적어도 이 사건의 램프리턴과 같은 지상 계류장에서의 이동은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계류장에서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지상 이동을 항로 변경으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하며, 항로에 대한 정의를 1심과 다르게 해석했다.

지난 2월 컨슈머치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 결과에 대한 칼럼을 게재했었다.([데스크칼럼] 조현아, 2심 실형은 '자기책임 원칙' 넘어선 것? 참조)

칼럼에서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 파렴치한 고의가 없었다는 점, 초범으로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 수개월간의 구금생활을 해야하는 점, 이미 사회적 비난을 충분히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이번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 이유 역시 이것과 그게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족들과 격리된 채 5개월간 구금돼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행위와 피해자의 상처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여러 차례 재판부에 탄원한 글에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두 살 쌍둥이 자녀의 엄마이고 범행 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이미 대한한공 부사장 지위에서도 물러났다“며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앞으로도 인식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한 차례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외면할 정도의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이런 처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 미국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 일등석 탑승 후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라고 지시한 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올 1월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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