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국내에서 진행되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관련 소송이 5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소송에 참가한 소비자가 1,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소송 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원고 숫자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상반기 매출만 136조 원을 올리며 세계 완성차 업계의 공룡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폭스바겐그룹의 인기는 그대로 전해졌는데 최근 국내 외산차 시장을 이끄는 대표 모델에 폭스바겐 골프, 티구안, 아우디 A6, A4는 빠질 수 없다.

때문에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연관된 국내 소비자도 12만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 와서보니 분명 원고 1,000명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할 만큼 많은 숫자지만 국내 대상자 12만5,000명에 비하면 1% 조금 넘는 숫자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이 나고 손해배상을 받게 된다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99%의 소비자들은 승소를 통한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자동차 관련 집단소송제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그 중 일부가 다른 피해자를 대표해서 가해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판결의 효과는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 미쳐 피해규모에 비해 피해자의 숫자가 많은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피해구제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개별 소송으로 인한 비용과 노력을 아낄 수 있으며, 소송가액이 작아 소송을 포기하는 소액피해자들에게도 재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회사만 믿고 배출가스가 조작된 차량을 구매했지만 소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은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폭스바겐 사건의 국내 소송을 맡은 한 로펌에서는 국내와 동시에 미국에서도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집단소송제를 인정해 만약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이 승소 판결이 난다면 소송을 진행하지 않았던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한 줄기 희망이 보일 수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해당 로펌은 미국에서 폭스바겐그룹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알려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고의적·악의적·반사회적 의도를 가지고 불법행위를 한 경우 실제 손해액을 넘어서 징벌을 가할 목적으로 부과하는 손해배상을 말한다.

실질적인 피해액에 대한 보상에 더해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수백만 소비자를 속이고 기만한 폭스바겐그룹에 대한 벌을 엄히 묻겠다는 취지다.

심지어 폭스바겐그룹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공룡 기업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국내 실정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폭스바겐그룹 소송을 진행하는 로펌의 한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의 기업위주의 재판은 헬조선을 만드는 악순환의 생태계”라고 표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는 뗄레야 뗄 수 없다. 기업은 법을 준수하며 품질로서 소비자에게 약속하고 소비자는 그렇게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약속을 깨고 위법을 저지른 기업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응당 가혹한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직접 소송에 나선 1,000여 명의 소비자들이 비단 공익만을 위한 것은 아닐지라도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분명 긍정적이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관련 소송에서 소비자들의 승소를 응원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를 위한 법 제정이 논의되고 기본적인 피해 구제도 쉽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의 현실이 점차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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