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감칠맛의 대명사 MSG는 인체에 해로운걸까

식품의약안전처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식품첨가물(34.5%)을 꼽았다. 이는 환경호르몬, 농약, 중금속 보다도 높게 나타난 수치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제조ㆍ가공을 위해 필수적이고 식품의 영향가를 유지시키거나 부패ㆍ변질ㆍ기타 화학변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국민의 식품ㆍ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는 국내에서 사용이 허용된 식품첨가물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근거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물질로서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먹거리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로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식품안전사고 속에서 쉽사리 식품첨가물을 믿기 어렵다.

컨슈머치는 실생활에서 궁금했거나 화제가 됐던 식품첨가물을 진실을 알아보는 식품첨가물 기획 '앞만 보고 먹지마세요'를 준비해 식품첨가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전한 식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한다.

<편집자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미국에서 육가공식품이 1급 발암물질에 포함되면서 식품업계가 초긴장이다.

먹거리는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인데 '혹시나'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즉각 등을 돌린다. 때문에 최근 육가공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까지 비상이다.

주부들 입장에서는 당장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인데 문제의 경중을 떠나서 논란이 되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일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한 성분 또는 제품이 소비자들의 도마 위에 오르고 나면 안전하다는 검증이 이뤄지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호를 되돌리기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과는 상관없이 그야말로 낙인이 찍히는 것.

그 중 대표적인 물질은 식품첨가물 ‘MSG'다. 정식명칭은 L-글루타민산나트륨인 이 물질은 이른바 다섯번째 맛으로 불리는 감칠맛을 살리는 물질이다.

MSG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본 소비자라면 이 물질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지는 말 안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MSG가 없고 맛도 없는 엄마표 집밥’을 계속 먹고 있다. 정말 MSG를 먹으면 큰 일이라도 나는걸까.

▶이미 20년전 안전 판명된 'MSG'

MSG는 수십년간 국내외에서 안전성 검증이 이뤄져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결론이 난 상태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기피 대상이다.

MSG를 미량이라도 첨가한다고 밝히는 식당은 없으며, 마트에 가면 '無MSG'라고 써 붙인 제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가정까지 이어져 많은 주부들이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최대한 소량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MSG 유해성에 대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식품첨가물인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인터넷 등에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왜곡하는 소문이 무성해지자 식품 안전당국이 진화에 나선 것.

식약처는 자체 발행하는 웹진 ‘열린 마루’에서 ‘식품첨가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식약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인터넷에서 번지며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MSG는 지난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연구·조사한 결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이미 판명됐다”고 밝혔다.

▶천연재료가 주원료인 MSG

MSG의 주원료가 되는 글루타민산은 천연재료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당을 원재료로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 MSG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글루타민산을 주원료로 하는 천연재료다.

글루타민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로 모유나 우유·치즈 등 유제품과 육류·굴을 비롯해 감자·완두콩·토마토·옥수수 등에도 자연식품 전반에 함유된 성분이다.

다만 물에 잘 녹을 수 있게 나트륨 성분과 결합시키는 과정을 거쳐 천연물질인데도 불구하고 '합성첨가물’이란 공포스런 이름으로 분류돼 왔다.

흔히 알고 있는 GMO(유전자재조합식품)처럼 화학물질을 인공적으로 조합한 물질과 MSG는 전혀 다른 안전한 물질이다.

식약처는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자 ‘화학적 합성품’, 즉 합성첨가물이라는 용어를 없애는 등 MSG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왜곡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무서운 것은 'MSG'가 아닌 '네거티브 마케팅'

하지만 MSG의 유해성 논란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MSG가 이렇듯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데에는 식품업체의 네거티브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식품업계는 'MSG 무첨가'를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당시 웰빙 열풍과 맞물려 사람들의 인식 속에 '화학첨가물은 나쁘다'라는 메시지를 아주 효과적이고 단시간에 주입시킨 사례다.

부정적 이미지는 점차 고착화됐고 조미료 생산업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단순히 '무첨가'라는 말과 천연이 아닌 '화학'이라는 말이 시대적 흐름과 어우러져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공포심을 유발했던 것.

업체들은 자신들의 제품엔 MSG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홍보하며 자연스럽게 기존 제품들은 건강을 해치는 나쁜 합성첨가물이 들어간 것처럼 각인시켰다.

이후 소비자 인식이 굳어지면서 여러 TV프로그램은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착한 식당'이라 부르고 MSG를 없애자는 운동까지 벌였다. 아직도 리모컨을 돌리다 보면 MSG에 대한 오해를 부추기는 TV프로그램를 종종 볼 수 있다.

MSG와 함께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쓴 식품첨가물은 바로 커피광고에 등장했던 카제인나트륨을 꼽을 수 있다.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MSG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미얀마’ 정도. 식품첨가물 MSG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논문과 연구 결과를 통해 그 무해성이 증명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MSG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게 되면, 오히려 평소 넣는 나트륩 섭취량을 30% 감소 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MSG의 장점을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과도한 섭취를 피하라고 지적한다. 이는 MSG뿐만 아니라 모든 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아주 일반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가공식품을 섭취할 때는 채소와 과일 같은 신선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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