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식약처 "문제없다" 즉각 해명에도 관련상품 매출 급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발표 후 소비자 사이에서 가공육 제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관련 업계가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공육 제품을 마음 놓고 섭취해도 될지 의구심을 드러내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발암물질 발표…육가공업계 매출 ‘직격탄’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육가공업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상에 걸렸다.

발표 당일 스팸으로 유명한 美 호멜푸드사 주식은 1% 떨어졌고, 핫도그를 생산하는 크라프트 하인즈사의 주식 역시 하락했다.

   
▲ 미 WHO가 햄·소시지 등 육가공식품을 1급 발암물질로 정한다는 발표 이후 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 10월 27일 ~ 11월 2일. 육가공품 매출신장률(출처=롯데마트)

제품 판매량 역시 급감했다. 국내 육가공업계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으며 울상 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공육 제품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표가 있던 지난달 27일 롯데마트의 가공육 매출은 지난해 같은 날보다 17.9% 감소했다. 이튿날인 28일은 더욱 큰 폭인 33.4%로 하락했고, 이달 2일 33.3%로 비슷한 감소 폭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육가공 제품 매출 역시 발표 전 주와 비교해 16.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매출이 감소했다. 홈플러스에서도 가공육 제품 매출이 작년 같은 날과 비교해 약 15% 감소했다.

▶“육가공품 장점 무시” 항의 빗발

피해가 커지자 육가공업체들은 즉각 강력히 항의했다.

북미육류협회(NAMI)는 성명을 통해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고기와 암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 세계보건기구 WHO

호멜푸드사 역시 “보고서가 WHO가 단백질 등 중요한 영양소를 지닌 고기의 장점은 무시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국내 육가공업계는 돈육가 하락으로 수익 개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예상 외의 암초를 만나게 됐다.

CJ제일제당, 롯데푸드, 대상, 동원F&B 등이 소속된 육가공협회는 “가공육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발암물질 1군의 석면이나 비소와 같이 동급으로 위험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비교”라고 밝혔다.

육가공협회 한 관계자는 “WHO 기준 연간 고기 섭취량과 한국인 기준 섭취량은 다르다”며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의 보고서에는 매일 50g의 가공육 제품을 섭취할 경우 연간 18.3kg을 기준으로 했지만, 한국인의 경우는 1인당 연간 햄·소시지 소비량은 4.4kg 정도로 4분의 1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식약처 “우려할 수준 아니다”… 적정 섭취 가이드라인 제시 예정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발표와 관련해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준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0g 수준에 불과해 50g 섭취 시 암발생율이 18%씩 증가한다는 WHO가 발표와 괴리가 있다는 것.

또한 가공육 발색 및 보존에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1일 섭취량은 WHO의 1일 섭취허용량의 11.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식품·의학 전문가 회의에서도 “현재까지 조사된 자료를 봤을 때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으며, IARC 발표는 과도한 가공육 섭취에 대한 경고일 뿐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식약처의 한 관계자는 “다만 우리 국민들이 가공육 및 적색육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국민 건강을 위한 적정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먹을래” vs “안 먹을래” 소비자 반응 엇갈려

햄과 소시지는 어린이들 선호하는 반찬으로 밥상에 자주 올라가는 만큼 우려할 필요 없다는 당국 발표에도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근심은 특히 커지고 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주부 배 씨(35.여)는 “아이가 햄이나 소시지 반찬 같은 것이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아 자주 반찬으로 해주던 편이다. 몸에 좋을 것이 없다고 막연히 생각하면서도 조리가 쉽고 간편해 애용했는데, 1급 발암물질이라는 소식을 듣고서는 이제 도저히 우리 아이에게 먹일 수 없을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반면 대학생 오 씨(27.남)는 “뉴스를 보자마자 명절에 선물로 받은 햄을 버리자는 어머니를 설득하느라 애먹었다”며 “솔직히 자주 먹으면 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하루 삼시세끼를 다 소시지 반찬을 먹는 것도 아닌데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공육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 소비층이 위생과 건강에 민감한 주부들인 만큼 육가공업계 매출 회복은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공육 제품 매출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감으로써 업계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이슈가 확산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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