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월드타워점'· SK '워커힐점' 특허 종료…고용불안·신규투자 위축 문제 대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해 유통업계 최대 화두인 '면세점 전쟁’에서 신세계와 두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 14일 관세청은 민관 합동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3곳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로 신세계, 두산, 롯데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면세점 전쟁은 막이 내렸지만 처음 시행된 5년 주기 면세점 특허권 재선정 방식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신세계·두산 웃었다…서울 면세점 업계 ‘새 얼굴’

남대문을 기반으로 한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와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박용만 회장의 두산이 나란히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에 선정돼 축배를 들었다.

   
▲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승리를 거둔 두산 박용만 회장(왼쪽),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오른쪽)

신세계는 지난 7월 진행된 면세점 입찰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절치부심 끝에 이번 입찰에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부산 면세점까지 재승인 받으면서 두 배의 기쁨을 만끽 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유통산업 역량과 면세사업 운영능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언급처럼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찬,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만들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면세점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온 두산은 이번 면세점 특허 획득으로 약 20년 만에 유통업계 문을 다시 두들기게 됐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각 평가항목 별로 치밀하게 준비한 사업계획이 제대로 평가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동대문의 입지적 조건, 지역 상생형 면세점이라는 두산의 비전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외국인 관광객의 심야 쇼핑이 많은 동대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심야 면세점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월드타워점 잃은 롯데 ‘충격’…면세점 떠나는 SK ‘침통’

면세점 특허권 방어에 실패한 롯데와 SK는 거센 후폭풍을 겪고 있다.

연간 약 6,000억 원 매출을 기록하던 월드타워점을 잃은 롯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불거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 롯데타워점 음악분수 조감도

더욱이 사업권 재승인에 성공한 소공점마저 향후 남대문 일대를 놓고 신세계 남대문점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시내 면세점 선정 결과를 아쉽지만 겸허히 수용하며, 어려움을 조속히 수습해 나가겠다”며 “특히 임직원의 고용안정 조치와 더불어 이번 결과가 협력업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에 추가로 신규 면세점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최근 막대한 비용을 들인 기존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까지 상실했다.

이로써 SK는 지난 1992년도부터 23년간 영위해 온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됐다. 특허권 연장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SK네트웍스의 주가는 20% 넘게 빠지며 곤두박질쳤다.

특허권 갱신에 실패한 두 기업은 사업권이 만료되면 관세법 상 부여된 유예기간 6개월 이내에 매장을 철수해야 한다.

▶’5년 시한부’ 면세점…신규투자 ‘부담’

면세점 전쟁이 일단락되자 일각에서는 5년 주기 특허 재승인 제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존에는 10년 마다 사업자를 선정하고 결격사유가 없는 한 사업기간 연장이 가능했지만 지난 2013년 1월 관세법 개정 후 사업기간이 5년으로 단축됐다.

   
▲ 23년만에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된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당초 면세사업권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법이 개정됐지만 이 때문에 불필요한 투자비용과 고용 문제가 새롭게 대두됐다.

실제로 이번에 특허권을 잃은 월드타워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은 최근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인프라 구축, 인테리어 조성 등에 3,0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워커힐면세점도 1,000억 원을 들여 매장 확장하고 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해 왔다.

면세점 특성상 초기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사업기간(5년) 내 투자 원금 회수가 어렵고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탈락해 2천명 일자리 ‘불안’

고용 문제는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입찰에 실패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은 각각 1,300명과 9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롯데는 계열사 내 유통채널로 직원을 분산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신규 사업자인 신세계와 두산에서도 일부 인력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확한 제도가 갖춰지지 않는 이상 5년마다 돌아오는 재승인 심사로 인해 면세점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지속성이 불안한 상태에서 소극적인 신규투자로 인해 면세점 업계 전체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5월에는 김포공항 면세점의 특허가 만료되는데다, 코엑스 면세점 특허도 2017년 12월에 만료돼 면세점 사업권 승인 방식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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