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RC카, 프라모델 등 매출 급성장…컬래버레이션 다양화 협업 제품 '봇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이른바 '어른아이'들의 '키덜트(Kid+Adult)' 문화가 불황 속 유통업계의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키덜트족(族)이 어린이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무선RC카, 프라모델, 피규어, 인형 등을 수집하고 즐기는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열자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유통업계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마니아들의 문화?…향후 1조 시장 전망

철부지 어른들의 별난 취미로 폄하되기 십상이었던 키덜트 문화가 이제는 당당히 유통 시장의 한 축이 됐다. 업계가 전망하는 키덜트 시장 규모는 조만간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불황 여파에 따라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지만 키덜트족은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위한 지출을 망설이지 않는다. 불황을 모르는 키덜트 산업 덕에 유통업계의 실적은 고공행진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수집용 완구 피규어, 프라모델 등 수집용완구의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366.2%로 나타났으며, G마켓 역시 지난해 기준 무선모형·RC완구 128%, 블록 98%, 피규어 54%, 건담 30%의 전년 대비 판매 증감률을 보였다.

10여 년간 건담 프라모델을 수집하고 있다는 A씨는 “사고 싶은 모델이 있으면 밥값을 아끼더라도 물불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며 “오히려 웃돈을 주고라도 원하는 제품을 구해보려고 하지만 희귀품은 구경하기도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11번가 박종복 자동차취미팀장은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블록, 퍼즐, 무선조종완구 등 관련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유년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제품들이라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마켓 관계자는 “키덜트 문화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장난감 시장에서 3040 세대가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며 “특히 드론, RC카 등 성인들에게 인기 있는 품목의 판매량이 지난 한해 2014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신장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피규어를 사니까 햄버거를 주네요”

지난해 일부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다 큰' 어른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이 자주 연출됐다.

맥도날드의 어린이 햄버거세트 '해피밀'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이들의 주목적은 햄버거와 함께 주는 '미니언즈', '슈퍼마리오' 등 장난감이다.

   
▲ 출처=맥도날드

올해는 스누피가 다시 한 번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의 개봉에 맞춰 출시한 캐릭터 5종 피규어들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타고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퍼져나갔고, 스누피는 삽시간에 품절됐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켜 이른바 '미니언 대란'으로 불렸던 지난해 여름에는 우스갯소리로 ‘피규어를 샀더니 햄버거를 주더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키덜트족들의 구매욕을 단적으로 대변한 사건이었다.

이 열풍은 과열되며 온라인상에서는 해피밀 가격의 5-6배가 넘는 웃돈을 주고 증정상품인 ‘피규어’만 거래하는 일까지 횡행했을 정도.

지난 2014년 던킨도너츠가 진행한 ‘무민’ 이벤트 역시 대히트를 기록했다. 도넛 8개를 구입하면 무민 인형을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해당 행사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행사 시작 이틀 만에 1차 물량 5만2,000여 개가 조기 품절됐고, 추가 공급물량도 입고 즉시 팔려나가면서 총 20만 개의 무민 인형이 완판됐다. 이는 던킨도너츠도 예상치 못한 돌풍이었다.

던킨도너츠 이벤트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핀란드 캐릭터 무민을 단번에 인기 캐릭터 반열에 올려놨고 이후 다양한 업체들이 무민을 이용한 상품들을 쏟아내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식품부터 화장품까지 ‘인기 캐릭터를 입다’

최근에는 피규어뿐 아니라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업체와 인기 캐릭터의 컬래버레이션한 제품들이 키덜트족을 유혹하고 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디자인그룹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한정판이라는 특수성은 주류 소비자들뿐 아니라 키덜트족의 수집욕에 불씨를 당겼다.

   
▲ 출처=롯데주류

페트 소재를 활용해 '스티키몬스터'의 모형을 그대로 재현한 용기에 '처음처럼'을 담아 소주 음용 여부와 관계없이 패키지만으로 소장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특히 이 제품은 단순히 캐릭터를 차용한 것이 아닌 캐릭터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첫 사례여서 더욱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삼립식품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협업해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라인프렌즈 캐릭터 빵’을 선보였다. 제품 포장지 안에는 다양한 라인프렌즈 캐릭터 ‘띠부띠부씰’이 들어 있어, 메신저 사용에 익숙한 20~30대 사이에서도 모으는 재미를 제공해 인기다.

화장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보디케어 브랜드 해피바스와 11번가는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 ‘무민’과 컬래버레이션으로 각각 보디용품과 향수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11번가는 무민 향수 외에도 ‘짱구’, ‘도라에몽’ 등 인기 캐릭터 디자인의 화장품을 출시했으며, 이 외에도 스킨푸드는 ‘스누피’, 에이블씨엔씨 어퓨는 ‘짱구’와 ‘도라에몽’과 손 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피규어, RC카, 드론 등과 같은 직접적인 관련 상품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등 여러 유통·제조업체들과 협업까지 포함하면 키덜트 시장의 성장 폭은 훨씬 넓어진다”며 “키덜트 소비 시장은 잠재력이 매우 큰 만큼 앞으로 여러 산업에서 걸쳐 전반적으로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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