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통한 당 섭취 위험 수위…업계, 매출 감소 우려에 '전전긍긍'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식품업계는 대외적으로 당류 저감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식약처, 설탕과의 전쟁 선포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당류 줄이기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출처=Pixabay)

식약처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에너지 섭취량(열량)의 10% 이내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당 빼기’에 팔을 걷어 붙인 데는 특히 어린이·청소년 층의 당류 과잉 섭취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 때문이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청년층(3∼29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지난 2013년에 이미 섭취기준을 훌쩍 초과했다. 올해에는 전체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평균 당류 섭취량도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어린이, 청소년 연령층의 약 2명 중 1명이 섭취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될 정도로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지난 나트륨 저감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당류 저감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 저감화’ 이미 시작

일부 식품업계는 정부의 발표 이전부터 당류 저감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업계의 ‘당 줄이기’ 운동이 활발하다.

   
▲ 당류 저감화 노력으로 출시된 유제품들(출처=각 사)

지난해 한국야쿠르트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저지방’ 출시를 통해 기존제품보다 당 함량은 25%, 칼로리는 8% 줄였다. '야쿠르트 라이트'의 경우 당 함량이 일반 야쿠르트의 절반에 불과하다.

롯데푸드는 ‘베네콜’의 플레인 제품을 무설탕으로 변경하고 ‘베네콜 마이너스 콜레스테롤’로 리뉴얼 출시했다. 과당을 뺀 대신, 식이섬유를 더했고 칼로리도 기존보다 17% 낮췄다.

이 밖에도 매일유업은 기존 떠먹는 발효유 대비 당 함량을 30% 이상 낮춘 '매일바이오 로어슈거' 등을 출시했고, 남양유업은 '이오'와 '남양 요구르트' 등 액상발효유 제품을 기존 대비 30% 당을 낮춰 출시하는 등 잇따라 저당 요구르트 제품을 선보였다.

저당 제품과 함께 건강하게 단맛을 내는 ‘기능성 설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열량와 당 함량을 절반으로 낮춘 고기능성 당류인 ‘1/2 쿠킹스위트’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일반 설탕과 동일한 양을 사용했을 때 열량과 당 섭취량은 반으로 줄지만, 비슷한 정도의 단맛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S는 기존 제품에서 설탕을 30%정도 줄이는 대신 자일리톨과 벌꿀을 첨가했다. 모카골드S에 들어 있는 자일리톨 스위트는 자작나무, 떡갈나무, 옥수수 등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설탕과 비슷한 정도의 단맛이 나지만 열량은 낮다는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역시 설탕 함량을 70% 줄이는 대신 천연감미료를 사용해 자연스럽고 건강한 단맛을 내는 ‘라이트 프라푸치노 시럽’을 선보였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저당 제품 개발 노력과 당 저감화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다”며 “무조건 소비자들에게 저당 제품만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맛 변하면 소비자 떠난다” 고민 빠진 제과·음료업체

식품업체 중에서도 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과·음료업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 제과·음료업계는 민감한 소비자들의 입맛 탓에 선뜻 당 저감화에 나서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출처=김은주 기자)

업체들은 정부의 저당 정책에 이의가 없지만 무턱대고 ‘당’을 줄였다간 곧장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당을 줄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맛이 변해버리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찾지 않기 때문에 당을 빼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제조업체뿐 아니라 원재료업체, 소비자들까지 다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과업체 관계자는 “이미 과거 당류 저감화를 위해 내놓은 제품들이 꽤 있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거의 단종됐다”며 “연구개발이나 대체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업계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당류를 섭취하는 주요 식품으로 음료류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음료업계도 이번 정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부 정책에 맞춰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비만의 원인이나 열량을 높이는 요인에 꼭 ‘당’만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대한당뇨병학회와 대한비만학회는 정부 발표에 대해 보다 강력한 당류 규제와 비만·당뇨병 예방 및 관리 종합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학회 관계자는 “급증하고 있는 고도비만과 당뇨병의 감소를 위해선 이를 사회·국가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최근 식약처가 발표한 종합계획은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당류 저감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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