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시민단체, 보이콧 물결 불구 대형마트 '재고 핑계' 판매 강행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주범인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은 여전히 판매를 강행하고 있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끓다 말겠지? 천만에!”…인터넷까지 ‘싹싹’

올들어 5년 만에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재개되자 사건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고, 분노한 소비자들은 옥시 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인증샷'을 올리는 불매운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옥시 불매 운동 (사진출처=환경운동연합)

약사들도 옥시 제품인 위장약 '개비스콘'과 인후염약 '스트렙실'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불매 운동에 동참했다.

심지어 '옥시' 제품 검색결과 차단 프로그램 ‘옥시 블로커(Oxy-Blocker)‘까지 등장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네이버와 다음 쇼핑, 11번가, 옥션, 지마켓, 인터파크, 쿠팡 등 온라인몰 검색 결과에서 옥시 제품이 블라인드 된다.

SNS를 통해 한 소비자는 “옥시싹싹 제품부터 옥시크린, 물먹는하마, 데톨, 비트 등 알게 모르게 평소 옥시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불매운동을 계기로 이제 절대 사지 않을 생각”이라며 “당장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다른 대체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잘못된 행동을 한 기업들을 혼내기 위해 ‘불매운동’이 여러 차례 벌어졌지만 대부분 얼마 가지 못해 흐지부지 되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옥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엔 유례가 없는 파급력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대형마트에 따르면 세제 매출의 70~80%을 차지하고 있던 옥시 제품의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온·오프 유통업계 판매중단 선언 잇따라…대형마트만 예외?

전국적으로 반(反) 옥시 감정이 번지자 역풍을 피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옥시 제품을 하나 둘 빼기 시작했다. 

   
▲ 티몬 등 대다수 유통업체, 옥시제품 판매중단 선언

가장 먼저 결단을 내린 건 위메프다. 이후 티몬과 쿠팡도 물건을 치웠다. 신규 발주를 중단하고 직매입한 옥시 제품은 판매 중지했다. 개인 판매자에게도 ‘판매중지협조’를 요청을 보냈다.

이후 G마켓과 옥션 등 오픈마켓, CU와 GS25 등 편의점업계의 판매 중단 선언도 이어졌다.

대다수 유통업체들이 여론을 반영해 옥시 제품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대형마트만은 예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품 퇴출은 발표했지만 여전히 재고를 핑계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공세도 강력해졌다. 소비자시민모임(회장 김자혜),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 등이 소속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비롯한 52개 시민단체가 합심해 17일부터 31일까지를 2차 집중 불매운동 기간으로 선포했다.

환경운동연합(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 마트들의 옥시 제품 판매 행태를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앞다퉈 불매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대형마트들이 여전히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들에 항의를 계속 진행하고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의 경영책임자들을 만나 약속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옥시 못 빼는 이유? “소비자 선택권 문제”

홈플러스 오산점, 이마트 안동점, 롯데마트 금정점 등 지점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시위에 대형마트 업계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 옥시 불매 운동 (사진출처=환경운동연합)

이런 상황에서 옥시 제품의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대형마트의 입장도 편하지만은 않을 터다. 대형마트업계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판매 중단 결정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매장 진열 면적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긴 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아직도 옥시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꽤 많다. 본인이 찾는 제품이 품절이라며 왜 들어오지 않느냐 문의가 들어 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솔직히 말하면 재고 처리 문제도 골치”라며 “직매입 구조가 아닌 온라인몰의 경우 판매중단 결정이 우리보다 훨씬 수월할 수밖에 없다. 또한 편의점의 경우 판매하는 옥시 제품이 몇 가지나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항의와 부정적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옥시 제품 판매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 중에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