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요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나와도 쉽사리 바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출시 직후에는 공시지원금이 워낙 적다보니 부담해야 할 할부원금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최근 중고폰 보상프로그램이 인기다. 일정기간(18개월) 사용한 뒤 단말기를 반납하면 신형 단말기를 별도의 비용없이 교체해 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7/S7엣지를 출시하며 발표한 ‘갤럭시클럽’이 좋은 반응을 얻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프리미엄클럽, H클럽을 선보였다. 저마다 가입자 수를 공개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차피 2년마다 한 번 바꾸는 스마트폰을 1년 반만 쓰고 기기만 반납하면 최신형 기계를 비용없이 바꿔준다니 마치 엄청난 서비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게 딱 ‘조삼모사’ 꼴이다.

중고폰 보상프로그램은 이전에도 있었다. 새로운 서비스들은 신기할 정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심지어 이름까지 비슷하다. SK텔레콤 클럽T, LG유플러스 제로클럽, U클럽이 그것이다.

왜 새로운 것마냥 이름만 바꿔 다시 출시됐을까.

기존 프로그램들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34억 원가량의 과징금 처분을 받고 서비스가 중단됐다. 고가요금제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는 등 프로그램 가입 조건 및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제재의 이유였다.

폐지됐던 이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보상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마치 혁신적이고 새로운 서비스인 것처럼.

이름 바꾼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정말 좋은가를 따져보자.

일각에서는 중고폰 보상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사용료, 할부이자 등을 합쳤을 때 결국 단말기 가격에 70~80%를 지불하게 되는 꼴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에는 ‘반납’해야 할 스마트폰을 ‘사용’만 하면서 단말기 가격의 대부분을 지불하는 것이다.

여기에 18개월 후 새 기기를 받으면 새로운 약정이 생긴다. 이 약정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해지를 하는 순간 그에 상응하는 위약금이 발생한다.

또 18개월을 쓰면서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는 소비자 몫이다. 파손 없는 액정, 제품 표면 스크래치 및 흔적 없음 등 통신사들의 반납기준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보상 프로그램 자체만 보더라도 꼭 저렴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이름만 바꾼 것도 조삼모사지만, 별도 비용없이 신형 단말기로 교체를 해준다는 달콤한 말도 실상은 조삼모사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하는 기업에 가계통신비 절감을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소비자는 그들의 이윤 추구를 막을 수 없다.

다만 현명한 소비자로서 저녁에 줄 도토리를 아침에 준다고 좋아하지 말자. 똑똑하게 따져보고 냉철하게 판단해서 원숭이가 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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