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현행 33만원서 출고가 수준 상향 논의…이통사 "과열 경쟁 우려"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개정을 두고 업계가 시끄럽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행 단통법을 개정해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을 늘리자는 의견이 흘러나오면서 소비자 및 관련 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는 단통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도로, 폐지 여부는 통신당국은 물론 이동통신사와 소비자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방송통신위원회 “정해진 바 없다”

최근 제기된 보조금 상한제 개정 주장은 현재 33만 원으로 제한된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을 제품 출고가 수준까지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업계는 단통법의 축을 이루는 상한액이 상향된다면 사실상 단통법 폐지나 다름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되는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이야기지만 1년 8개월간 단통법을 추진해 온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 통신당국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 보조금 상한제 개정이 이뤄진다면, 3년을 기한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된 단통법이 사실상 조기 폐지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 의견이 방통위, 미래부 측의 의견이 아닌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정치권에 의해 형성된 것이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1년6개월간의 성과와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보조금 상한제 폐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 지난 10일과 13일엔 방통위가 “지원금 상한제 관련 정책은 이동통신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통위가 논의 및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실무차원에서 지원금 상한제 개선방안을 검토해왔으나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경실련 “전면 폐지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더 높은 수위의 지원금 상한제 조항의 삭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실련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한제 폐지 논의는 환영한다”면서도 “지원금 상한제 근거 조항 개정은 그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측은 이와 더불어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이통사 담합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경실련 측은 “정부는 관련조항인 단통법 제4조의 전면 개정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지원금 공시 관련 내용만 남기고 보조금 상한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전면 삭제해야만 진정한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업계 “우려”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 상한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는 상한제 폐지로 인해 과거 보조금 대란과 유사한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반복될 것이며, 그로 인해 이동통신사들은 서비스 품질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에 내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히는 이동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그간 영업이익 증가 등 실적 호조를 이어왔다.

만약 다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게 되면 마케팅 비용 증가는 불가피, 이동통신사들은 상한제 개정이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상한제 개정은 알뜰폰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알뜰폰은 그간 대형 이동통신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해 소비자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한제가 개정되고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본격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서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의 의지가 개입됐기 때문에 상한제 개정안 시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한제 조정이 된다면 과열 경쟁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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