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 내몰린 직원 '닥치고 영업'…하나은행 고교생 대상 영업 구설수

#통장 재발급을 위해 은행 창구를 찾은 김 씨(24)는 은행원으로부터 입출금내역 알림 서비스 사용을 권유받았다.

김 씨가 동의하자 직원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로그인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씨가 기존에도 사용하던 은행 앱을 로그인해 보여주자, 직원은 ‘알림 앱’을 새롭게 다운받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직원은 직접 해주겠다며 재빨리 스마트폰을 가져가 앱을 깔고 가입을 완료시켰다. 이후 은행을 나오면서 김 씨는 뭔가 ‘당했다’는 기분에 찝찝한 마음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은행권에 불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 강화 전략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다양한 어플 및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이 서비스들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원들의 과열된 영업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 각 사 멤버스 앱 로고

▶”계좌 하나 만들러 갔다가 앱만 4개 깔아”

은행권의 과열된 모바일 플랫폼 영업에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KB국민, KEB하나, 우리, 신한 등 시중은행 대부분은 기본적인 입출금 앱 외에 알림, 메신저 등 용도마다 별도의 앱을 출시해 각 은행마다 다수의 앱을 보유하게 됐다.

때문에 은행을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의 앱 설치 권유에 소비자는 피로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한 시중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러 갔다가 앱만 4개를 깔았다는 소비자의 불만도 있을 정도다.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도 실적 경쟁에 내몰려 고통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 시중은행 대부분이 은행 관련 앱에 추천 직원의 사번을 넣게 하는 등 과도한 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특히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직원들간 과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솔직히 이제는 하다하다 별 걸 다 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 친구에게까지 앱 좀 깔아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처지에 회의감마저 느낀다”며 “좋은 서비스라면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고객들 스스로 알아서 찾아 줄 것”이라고 토로했다.

▶통합 멤버십 서비스 '열풍'

최근 은행권에서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 회원 유치도 한창이다.

국내 금융권 최초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멤버스는 출시 이후 8개월 만에 회원 수 5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나멤버스는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의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하나머니’로 불리는 포인트가 쌓이는 구조로, 적립된 하나머니는 OK캐쉬백, SSSG머니(신세계포인트) 등 제휴사의 포인트와 합산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유용성을 높였다.

하나멤버스가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신한금융의 ‘FAN클럽’, 우리은행의 위비멤버스까지 다양한 모바일 멤버십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됐고, 고객들의 열렬한 반응으로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KB금융 역시 오는 9월 멤버십 대전에 동참할 계획이다.

▶고등학생도 고객? "도 지나쳐"

통합 멤버십 서비스 자체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문제는 치열해진 고객 유치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후 교사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금감원 측이 영업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해당 지점에 구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직원들이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앞서 일부 영업점과 계열사에서 그러한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ISA, 계좌이동제 등이 은행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객 유치에 업계 전체가 사활을 걸고 있지만 고객을 선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반면 멤버십 서비스는 기존에 거래가 전혀 없던 사람도 가입이 가능해 신규 고객 확보를 목적으로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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