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2배 이상 부풀려…은행 측 "공시 기준 잘못 해석, 단순 실수"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IBK기업은행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이하 ‘ISA’) 수익률 부풀리기 의혹에 휘말렸다.

기업은행(은행장 권선주) 측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금융당국이 결국 ISA 수익률 전수조사 검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ISA수익률 ‘뻥튀기’ 기업은행, 대고객 사과문 발송

지난달 28일 금융투자협회는 'ISA 다모아'를 통해 각 금융회사별 일임형 ISA 수익률을 일제히 공개했는데 이 공시에서 기업은행의 ISA 수익률이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KB국민·IBK기업·신한·우리 등 4개 은행이 출시한 34개 일임형 ISA 상품 중 기업은행이 출시한 고위험 모델포트폴리오(이하 'MP')는 수익률이 2.05%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기업은행은 당초 2.05%로 공시했던 수익률을 이틀 만에 손바닥 뒤집듯 0.84%로 정정했다. 추가로 7개 MP의 수익률이 재조정됐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초 가입자 기준으로 3개월간의 MP 수익률을 산출해야 했는데 공시 기준을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가입한 지 3개월이 안 되는 중도 가입자들의 수익률이 반영돼 수익률에 오류가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이 MP 변경 후에 투자자들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문제가 됐고 변경된 MP대로 자산 재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논란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기업은행은 부랴부랴 추후 MP변경 시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투자자에게 안내토록 개선하며, 기 가입고객의 경우 MP 변경사항을 통지하고 고객의 투자자산 비중을 현재 홈페이지에 공시된 비중에 맞게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오류공시에 대해 대고객 사과문을 발송하고, 금융투자협회가 제시한 기준대로 수익률을 산출해 재공시 할 것”이라며 “이번에 지적된 오류를 모두 바로잡아 선관주의 의무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고객 자산증식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ISA 전수조사 고려 중

기업은행으로부터 시작된 허위 공시 의혹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진상조사에 팔을 걷어붙였다.

3일 금융위원회는 기업은행 외 타 은행과 증권사 역시 ISA 수익률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익률 산출 과정을 면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일임형 ISA 공시수익률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여타 금융회사의 수익률 산출과정도 점검할 것”이라며 “우선 표본조사 실시 후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 전수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수익률 산출과정을 점검하고 법규 위반소지가 발견될 시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법규 위반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검토할 것”이라며 “ISA 운영 과정을 확인해 법규 위반소지가 발견되는 경우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ISA 수익률 공시 시스템 절차를 보완하고, 허위 공시 시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금융은 제조업이 아니라 무형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신용’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신뢰가 상실되면 이미지가 실추되고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이번 기업은행의 공시 오류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행이 수익률을 잘못 공시한 것이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공시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를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아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 확인절차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만약 공시를 잘못했을 경우 금융당국이 담당자를 문책하는 등의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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