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빠른 태세 전환 미디어 사업 박차…CJHV, 충격 추스리기 우선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한 배를 탔던 동지였지만 정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남이 됐다.

수개월째 이어오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지난달 28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결정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금지 결정을 받아들이고 심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미래부에 인수합병 인가취하 신청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 "미디어 사업 예정대로"

SK텔레콤은 M&A 실패에도 불구하고 빠른 태세 전환을 통해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M&A 실패는 아쉽지만, CJ헬로비전이 아니더라도 SK브로드밴드, 옥수수 등을 내세워 미디어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올 상반기 IPTV 가입자 수가 순증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 옥수수도 6월 말 기준 방문자 수 310만 명, 월 평균 이용 시간 206분으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자사의 지도서비스 'T맵'을 통신사와 상관없이 모든 소비자에게 개방하면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무료 개방 일주일 만에 신규 이용자가 43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 플랫폼화를 통해 생활가치·IoT 플랫폼 및 커넥티드 카, 전기차 사업 등 미래성장 사업 진출의 뜻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디어 플랫폼 강화 및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차세대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방향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 “내부 안정화가 우선”

이번 인수합병 실패로 더 큰 피해를 본 쪽은 CJ헬로비전이다.

심사가 장기간 진행되며 투자 정체, 영업 위축 및 실적 저하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 어려웠다. 이에 더해 CJ그룹 측면에서도 대규모 투자 계획이 물거품 되는 등 타격이 크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 불허 결정 당시 “케이블 TV 산업이 처한 현실과 이로 인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인수합병 과정이 장기화되며 기업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을 겪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 불허 이후에도 SK텔레콤과 함께 추후 대책을 논의하겠다던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 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 통보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CJ헬로비전은 아직 케이블 및 알뜰폰 분야에서 1위 사업자 위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케이블TV는 IPTV에 비해 기반이 약한 상태고, 알뜰폰 시장은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시장이 작다.

CJ헬로비전 측은 현재로서는 이르다며 추스르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고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며 "추후 사업 방향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좀 더 심사숙고해서 계획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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