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안방보험에 인수된 뒤 무섭게 몸집을 키우던 동양생명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회사가 사상 초유의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휘말려 수천억 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방보험의 무리한 외형 확장 전략으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순이익 2,000억 원 시대 열었는데”…한 해 장사 날릴 판

동양생명(대표 구한서)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계 보험사인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보험업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이 전반적으로 제자리를 걸음 혹은 뒷걸음질 치는 성적을 내놓은 것과 반대된다.

동양생명은 지난 2009년 첫 순이익 1,000억을 돌파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2,0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3분기 누적순이익(2,240억 원)만으로 돌파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경영실적은 2013년 매출액 3조4,000억 원에서 2014년 4조3,000억 원, 2015년 4,70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월부터 9월까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6조 원에 육박할 외형이 확대됐다.

영업이익도 2013년 990억 원에서 2014년 1,200억 원, 2015년 2,122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 폭을 보였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00억 원, 685억 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102.8%, 215.9% 껑충 뛰어올랐다.

총자산은 1년 만에 20%가까이 성장했고, 수입보험료 기준 생명보험업계 순위가 8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실정 상승을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의 공으로 돌렸다. 영업채널의 혁신과 자산운용수익률 제고 등 대주주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확대해 나간 영향이라는 것이다.

당시 동양생명 측은 “안방보험 피인수 이후 생명보험업계 내 순위가 수입보험료 기준 8위에서 5위로 올라섰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크게 늘어나는 등 양적•질적 동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자축했다.

그러나 지난 12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육류담보대출 사건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돌발하면서 동양생명은 그 어느 해보다 우울한 연말과 새해를 맞이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은 3803억, 원이며 이 중 연체금액은 2,837억 원에 달해 최악의 경우 한 해 수익을 고스란히 떼일 처지에 놓였다.

▶안방보험의 욕심? 공격적 영업 행보가 독 됐나

일각에서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의 무리한 공격적 영업 행보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생보사들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동양생명은 외형 확대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여 우려를 산 것이 일찍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담보물 등기를 할 수 없어 리스크가 큰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는 동양생명이 유일하다. 동양생명이 연 8%의 고수익에 눈이 멀어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2014년부터 육류담보대출 잔액을 3년여 만에 3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뒤 그 동안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해 온 것도 꾸준히 뒷말이 나오고 있다. 다른 주요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보다 보장성 판매에 주력하며 체질개선에 나선 것과 다른 정반대 노선이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동양생명의 호실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마냥 긍정적이지는 못했다. IFRS4(국제회계기준) 2단계가 시행되면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려 만든 외형 성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동양생명의 ‘덩치 키우기식’ 경영 행보가 전적으로 안방보험의 영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중국식 안방보험의 경영 색깔을 그대로 동양생명의 적용했다는 것.

동양생명 인수 이후 안방보험에 넘어간 또 다른 생보사인 알리안츠생명 역시 저축성 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해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자산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단 기간에 몸집을 급격히 키운 뒤 동양생명을 발을 빼려는 이른바 ‘먹튀’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육류담보대출 피해와 관련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최근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만큼 계약자들에 미칠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최종 손실규모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되는 데로 투명하게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