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아닌 ‘위로금’ 지급 결정 철회…지급액은 그대로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교보생명이 열흘 만에 손바닥 뒤집듯 다시 보험금 형태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로금’에서 다시 ‘보험금’으로…왜?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대표 신창재)은 이사회를 열고 당초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던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다시 보험금 형태로 지급하기로 최종 결론 내렸다.

앞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 3곳(삼성, 교보, 한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 제재가 예고되면서 지난 12월 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던 빅3 중 가장 먼저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의사를 밝히며 ‘백기’를 들었다.

다만 이후 보험금을 위로금 형태로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차례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다시 보험금 형태 지급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위로금은 고객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보험금 형태로 지급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지급방식·규모 꼼수 논란 ‘도마 위’…배임 문제 해결은?

업계는 최고경영자 해임 권고와 영업정지라는 금감원의 중징계를 피하기 위해 교보생명이 꼼수를 부리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의식해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배임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 등을 이해시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 따라 당연히 줘야 할 자살보험금을 보험업법상 있지도 않은 위로금 명목으로 주겠다는 것은 면피용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교보생명이 다시 ‘보험금’ 지급으로 입장을 철회하면서 지급방식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잡음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이 지급하기로 자살보험금이 2011년 이후 청구가 들어온 건으로 전체 미지급된 보험금(1,134억 원)의 17%정도인 20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1년은 보험업법상 고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지급하지 않은 경우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 관련 규정에 따라 업무정지 등의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만들어진 시기다.

교보생명 측은 금감원이 해당 보험업법 규정을 제재 기준으로 삼았던 만큼 자신들도 최대한 그에 입각해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 이전에 청구가 들어온 건에 대해서는 금감원에서 제재를 내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얄팍한 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미 14곳의 생보사들은 전액을 지급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누누이 배임의 소지를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던 교보생명은 여전히 명확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배임의 가능성이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기 위해 위로금 형식으로 지급하려 했던 것인 데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어 다시 보험금으로 지급결정을 하게 됐다”며 “향후 배임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건에 대해 주주들이 문제 시 볼지 이해하고 넘어갈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계약내용에 따라 당연히 줘야 자살보험금을 보험업에도 없는 위로금 명목으로 주거나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것은 법적 문제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업계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행위”라며 “금융당국은 예정대로영업정지, CEO해임 등 강력한 중징계를 반드시 내려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한편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당초 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다음 달로 연기하고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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