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전량 인수…회사 측 "재무 상황에 무리없다" 일축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자본확충 문제가 발등에 불로 떨어진 흥국화재의 재무건정성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이자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대규모 자금 수혈을 단행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흥국화재(대표 권중원)를 도우려다 흥국생명(대표 조병익)마저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중소형 보험사 흥국화재가 자본확충을 위해 금리 연 5.7% 수준으로 발행한 92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흥국생명이 전부 인수하는 형식으로 대규모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앞서 흥국화재는 적신호가 켜진 재무건전성을 개선을 위해 그룹 재단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자금을 수혈 받아 왔다.

이 같은 행보는 흥국화재의 지급여력비율(RBC)이 금감원의 권고 수준인 150% 수준을 간신히 맞추는 선에 머물고 있어 자본확충이 항상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정성 척도인 RBC비율은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시 이를 보전해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자본)을 측정한 수치다. RBC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금을 제대로 줄 여력이 많다는 뜻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만약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해당 보험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요구나 명령 등의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흥국화재의 RBC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54.7%으로 보험사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흥국화재는 최근 실적부진으로 외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내부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는 땜질 식 임시방편 마련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흥국화재를 지원하고 있는 흥국생명의 처지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769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1.5% 감소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677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 급감했다.

RBC비율 역시 지난해 9월 말 기준 195.9%로 전년 동월 말 204.5%에 비해 8.6%포인트 하락했다.

자금여력이 없는 흥국생명은 흥국화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신한은행에 8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야 했다.

때문에 흥국화재를 도우려다 흥국생명의 재무 상황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왼쪽 주머니에 있던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 넣은 개념 정도로 생각하면 될 부분“이라며 "이번 흥국화재 신종자본증권 인수로 인해 우리 측에 재무 상황에 무리가 간다든지 RBC비율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아마 진행하지 못 했겠지만 그런 개념이 아니다 보니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RBC비율 개선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후순위채권 발행은 작년 말에도 했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 계획 단계일 뿐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꾸준히 RBC비율을 꾸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본격적인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규제 강도가 더 높아지면 이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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